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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정부의 담뱃세 인상, 누구를 위한 정책이었나?

입력 2016-09-07 18:57 수정 2016-09-0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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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년 전 이맘 때죠. 2014년 가을에 정부가 담뱃세 인상을 추진했고요. 사실상 증세다, 아니다 논란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결국 담뱃세 인상 법안이 통과가 돼서 지난해부터 담뱃세가 2000원 올랐는데요. 그런데 담배 소비가 담뱃세 인상 전 수준을 회복해가고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그래서 담배 세수가 크게 늘었는데, 문제는 고소득층은 값이 올랐어도 여전히 계속 담배를 피는데, 저소득층은 반대라는 사실이 통계로 드러났다는 겁니다.

당초 정부는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담뱃세를 인상시키겠다는 논리를 댔는데, 과연 그게 지켜지고 있는지 오늘(7일) 여당 발제에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방금 끔찍한 영상 보셨죠. 일단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담배는 몸에 매우매우 해롭고,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모든 말은 금연의 중요성을 전제로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먼저, 담배를 태우지 않는 분들의 생각을 담은 발언부터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김무성 전 대표/새누리당 (새누리당 담뱃값 인상 관련 긴급토론회, 2014년 9월 16일) : 아이고 담배 피우는 사람 입에서 냄새 아이고 지독한 썩는 냄새나는데 그거를 왜 모르는지. 여기 담배 피시는 분 손들어 보세요. 남을 위해서 끊어주시길 바랍니다.]

자, 그럼, 시계를 2년 전으로 되돌려보겠습니다.

[문형표/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2014년 9월 11일) : 현재 44% 수준인 성인 남성 흡연율을 2020년에는 29%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종합적인 금연 대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담배 소비량이 단기적으로 3분의 1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뒤로 2015년 1월부터 담뱃세가 인상돼서 기존 2500원이던 담배가 2000원이 올라서 4500원이 됐습니다. 자, 그럼, 다시 시계를 현재로 돌리겠습니다.

오늘 한국납세자연맹에서 담뱃세 관련 자료를 냈습니다. 담뱃세 인상 전인 2014년에는 43억5000만갑이 팔렸는데, 작년에 33억3000만갑으로 줄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는 다시 늘어서 38억갑이 팔릴 것으로 전망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작년에 반짝 담배 소비가 줄기는 했는데, 결국 올해는 인상 전의 87.4% 수준을 회복할 거라는 겁니다.

금연정책이 별다른 효과가 없다, 이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세수는 크게 증가했다는 겁니다. 올해 담배 세수가 13조 원 넘게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인상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준입니다.

일찍이 이런 상황을 예상한 사람도 있습니다. 논쟁적 인물이죠. 강용석 변호사가 담뱃세 인상 시점에 맞춰서 썰전에 나와 했던 말입니다.

[강용석 변호사/JTBC 썰전 96회 (2015년 1월 1일 방송분) : 세수는 최대한 증대하면서 담뱃값 인상 때문에 너무나 많이 금연을 해버리면 얼마 안 들어올 거 아니에요? 그러니깐 그 두 가지가 황금으로 만나는 포인트가 딱 2000원, 그래서 4500원이 되면 최대한 세수가 늘어나는 포인트로 해서 4500원을 잡았는데 결국 국회에서 그렇게 통과를 시키더라고요.]

그런데요, 더 큰 문제는 이겁니다. 일찍이 800년 전 고려시대에 만적이 난을 일으키면서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 이렇게 외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최소한 담배 소비만 놓고 봤을 때는 이 말을 그냥 흘려듣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 보시는 자료는 담뱃세가 인상되기 전인 2014년 2/4분기의 각 소득별 담배 소비 통계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가장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담배에 쓴 값이 약 1만 3700원이고,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도 약 1만 5700원을 썼습니다. 큰 차이가 없는 건데요.

그런데 2년 뒤죠, 2016년 2/4분기, 그러니까 담뱃값이 4500원으로 오른 뒤에는요, 가장 소득이 낮은 1분위에 있는 사람들은 약 1만 5600원을 썼는데,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사람들은 약 2만 5800원을 썼습니다.

이 얘기를 뒤집어보면, 담뱃세가 오르니까 가난한 사람들은 결국 담배를 적게 사게 됐다는 거고, 부자인 사람들은 그대로 사서 썼다는 겁니다. 그게 약 2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겁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야당에선 담뱃세 인상의 목적이 상실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 (7월 28일) : 부자감세로 줄어든 세수를 보충하기 위해서 국민 건강을 핑계로 대고 서민의 호주머니를 턴 것이 아니냐, 이런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는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담뱃세를 인상한다고 했었는데, 과연 그 효과가 나타나긴 하는 걸까요? 혹여나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이 힘든 사람들의 주머니만 더 쪼그라들게 만든 건 아닐까요?

오늘 여당 발제는 < 담뱃세 인상, 누구를 위한 정책이었나 >로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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