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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아시아 순방 '국제적 레임덕' 확인

입력 2016-09-0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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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아시아 순방 '국제적 레임덕' 확인


오바마 아시아 순방 '국제적 레임덕' 확인


오바마 아시아 순방 '국제적 레임덕' 확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 아시아 순방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라오스를 방문하는 4박 5일 간 아시아 순방 일정을 7일 마친다. 자신이 재임 중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아시아 회귀' 전략의 결실을 추수하는 의미의 순방이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4개월을 남겨둔 상태에서 이루어진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국제적 레임덕'을 확인하는 불편한 사건들과 맞닥뜨려야 했다. CNN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등 외신들은 6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녹록치 않은 저항에 부닥쳤으며, 중국을 견제하는 '힘의 재균형'을 추진하는 미국의 전략 역시 복잡한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중 미국의 '아시아 회귀'를 선언한 뒤 아시아 국가들과의 안보 및 경제 분야의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필리핀 등 전통적인 우방과의 관계는 물론 베트남과 미얀마 등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국가들과의 유대관계도 대폭 강화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날로 증대하고 있는 중국의 세력에 대한 '힘의 재균형 전략'의 일환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베트남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무기 수출 엠바고를 전면 해제했다. 같은 달 오바마 행정부는 54년 만에 문민정부 시대를 연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를 추가 완화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태평양 연안 12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TPP 그러나 국내외 반발에 부닥쳐 사실상 무산 위기에 처했다.

CNN방송은 "지금 국제정치는 새롭게 부상한 파워들이 들끓는 스튜(stew)와 같다. 제2차세계대전이나 냉전체제에서처럼 미국의 등 뒤로 줄을 설 필요가 없다. 게다가 외국 지도자들은 다음엔 누가 백악관을 차지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려 있다. 오바마는 나가는 사람이라는 걸 안다"라고 분석했다.

◇ 미국-중국 관계 악화 피부로 확인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세계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확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일 항저우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릴 때 레드 카펫이 깔린 이동식 계단을 이용하지 못했다. 중국으로부터 드러내놓고 냉대를 받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아베 신조 일본총리, 테레사 메이 영국총리 등 다른 외국 정상들은 모두 레드카펫이 깔린 이동식 계단을 이용해 활주로로 내려왔다.

CNN방송은 "오바마가 후임자에게 물려줄 세계의 불안정한 본질을 보여준다. 이는 2차대전 후나 냉전 때와는 달리 미국을 따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다수의 파워들이 존재하는 현재의 국제정치 판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과 중국 정상은 4시간 넘에 이어진 3일 마라톤 정상회담에서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을 둘러싸고 사안마다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시진핑 중국주석은 오바마 대통령 면전에서 사드 한반도 배치에 반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인권 문제를 꺼냈다.

시 주석은 "중국은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미국이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존중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인권, 사이버 보안, 해상영유권 등을 포함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자"고 했다. 오바마는 '종교의 자유'도 거론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어떤 국가든 인권 문제를 핑계로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맞섰다.

오바마는 또한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판결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중국은 남중국해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을 확고부동하게 수호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 러시아와의 '리셋 외교' 좌초 재확인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러시아와 '리셋(reset·재설정) 외교'를 천명했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동유럽에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하면서 미·러 관계는 급격히 냉각되기 시작했다.

양국 간 싸늘해진 관계는 이번 항저우 G20 정상회담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CNN방송은 "오바마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 G20정상회담에서 사진을 찍을 때 냉랭한 시선을 풀지 않았다. 분명히 두 사람 사이에 애정이 없었다"라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우리의 회동은 솔직하고, 무뚝뚝하고, 사무적인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 간 신뢰의 갭을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 민주당 등에 대한 러시아의 해킹사건과 관련해 미국은 방어적인 면이나 공격적인 면에서 러시아보다 훨씬 뛰어난 사이버 첩보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따른 경제제재를 완화할 의도가 없다는 사실도 명확히 했다.

◇ 전통우방 필리핀과의 관계도 삐걱

WSJ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반미적 막말이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전략을 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로 예정됐던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하루 전 전격 취소했다. 기고만장한 두테르테 필리핀대통령은 5일 기자회견에서 만일 오바마 대통령이 사법제도를 무시한 자신의 마약범 소탕전과 관련해 정상회담에서 문제를 제기할 경우 "창녀의 아들(son of a whore)"이라고 욕할 것"이라고 막말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해 "그게 누군데?(Who is he?)"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주권국가의 대통령이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 미국의 식민지를 벗어났다"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을 전해들은 오바마 대통령은 "분명이 그는 색깔있는 남자(colorful guy)"라고 말했다.

WSJ는 이와 관련 "두테르테가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분명한 결의를 보이고 있는 점과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막말 사건이) 대조된다"고 우려했다.

◇ 동맹국 터키와도 긴장고조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들 중 하나인 터키 역시 미국에 드러내놓고 반발하고 있다. 더군다나 터키는 오바마 대통령이 첫 번째 임기 때부터 관계개선에 공을 들인 나라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가 열린 4일 항저우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모든 종류의 테러는 나쁘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슬람과격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에 맞서기 위해 터키가 테러조직으로 분류하는 쿠르드 민병대와 손잡고 있는데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사실상 무산

오바마 대통령은 5일 G20 정상회의가 열린 항저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TPP에 관한 자신의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무역협정을 비준하면서 결코 순조롭고 단순한 길을 걸었던 적이 없었으나 결국 모두 비준했다. 나는 여기 아시아 지도자들에게 TPP를 납득시킬 필요가 없다. 그들은 TPP가 자기 나라를 위한 옳은 일로 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TPP의 구조를 보면 닫혀있었던 새로운 시장이 우리에게 열리는 것"이라며 미 의회의 조기 비준을 촉구했다.

그러나 미국 하원과 상원 과반을 차지한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 임기 중에 TPP를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또한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물론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까지도 TPP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TPP를 통해 중국의 패권을 견제하려던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중시' 전략은 무산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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