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검찰총장 부패척결 외친 날 '스폰서 검사'는 "돈 좀 보내줘"

입력 2016-09-07 13:23

고교 동창과 나눈 문자메시지 속속 공개

수시로 돈거래 흔적·부적절 관계 정황도

검찰수사엔 '증거없애라' 상식밖 조언도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고교 동창과 나눈 문자메시지 속속 공개

수시로 돈거래 흔적·부적절 관계 정황도

검찰수사엔 '증거없애라' 상식밖 조언도

검찰총장 부패척결 외친 날 '스폰서 검사'는 "돈 좀 보내줘"


지난 2월3일 오전 10시 대검찰청 회의실. 김수남 검찰총장이 검찰 간부들에게 부패척결을 주문했다. 취임 후 두번째 열린 대검 확대간부 회의 자리였다. 김 총장은 부패척결이야말로 검찰 본연의 임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11분 김형준(46·사법연수원25기) 부장검사는 두 줄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농협 계좌번호와 계좌주 이름이었다. 답장은 1분만에 왔다. 알려준 계좌에 500만원을 송금했다는 취지였다. 돈을 보낸 사람은 바로 김 부장검사의 고교동창 김모씨였다.

스폰서 의혹을 사고 있는 김 부장검사와 김씨가 나눴던 문자메시지 대화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이들의 대화 속엔 단순한 친구간 돈거래가 아님을 암시하는 흔적과 술집 여성과의 관계를 드러내는 대목이 등장하고 있다.

김 부장검사는 심지어 김씨에게 검찰 수사에 대비해 증거를 없애라고 말하는 등 법률가로서 상식 밖의 조언을 해 충격을 주고 있다.

7일 검찰이 입수한 이들의 카카오톡 메시지 등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는 김씨에게 여러차례 금전적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 흔적은 올 1월께 대화에서 시작한다. 당시 김 부장검사는 "이번달거만 달래서 내가 보내줬고 이번주 내년초거 한번에 챙겨주면 좋구"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김씨는 "그래. 금액 알려줘"라며 김 부장검사의 요구에 응했다.

이들은 3월8일에도 돈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검사는 신한은행 계좌번호와 계좌주 이름을 알려줬고 김씨는 "천만원 맞지. 처리했다"고 답했다.

김 부장검사와 김씨가 무슨 이유로 돈거래를 했는지를 짐작케 하는 메시지도 있다.

김 부장검사는 2월28일 한 술집 여성 이름을 언급하며 "니가 조언한대로 어제 ○○랑 최종적으로 결별했다"고 말했다. 이후 3월5일 이 여성의 이름을 재차 거론하며 "어제밤 저녁먹구 잠깐 거기서 봤다. 마음 완전히 되돌리려해"라고 말한 뒤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정황상 김 부장검사는 이 술집 여성과 갈등을 겪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씨에게 돈을 꿨던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검사는 김씨로부터 당장 줄 돈이 없다는 사정을 듣고도 막무가내로 금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 부장검사는 날짜 미상의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이 여성의 이름을 또 거론하며 "오늘 저녁 ○○보구 아예 꽉 눌러서 불평 못하게 해버리고 깨끗하게 해결하려구. 오후에 처리되면 알려주라"고 김씨에 돈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한다.

그러자 김씨는 "친구야. 내일 은행시간전에 보낼께. 내가 자금을 좀 옮겨야해서"라며 날짜를 하루 미뤘다. 하지만 김 부장검사는 "오늘 저녁 10시에 거기 가기로해서 (돈을) 보내놓고 이야기 끝내려고 했는데. 한번 한 말이라 거짓말처럼 되면 오늘 말발이 안 먹히는데"라며 사정했다.

김 부장검사는 공직자로서 자질이 의심스로운 대화도 자주 주고 받았다. 특히 김씨가 횡령 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김 부장검사는 7월께 자신과의 관계가 탄로나지 않도록 증거를 없애라는 조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당시 김 부장검사는 수사 검사의 이름을 거론하며 "○○○가 미친척하고 압색할지 모르니 만의하나 대비해서 집 사무실 불필요한 메무 등 있는지 점검해서 조치해. 휴대폰도 제발 바꿔주라"고 당부했다.

또 전날엔 김씨의 수사상황을 물으며 검사가 성접대 상황을 물었는지 등을 물었고 '술값 50만~60만원 정도의 싱클몰트바를 갔다고 대답하라'는 취지의 조언도 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둘 사이 관계가 알려지면) 사회적으로도 매장 당하고 검사 사표가 아니라 변호사도 등록안돼 요즘"이라며 현직 부장검사라곤 믿겨지지 않은 비굴한 모습도 보였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김수남 검찰총장이 취임 후 확대간부회의 등을 통해 부패척결과 청렴을 그렇게 외쳤건만 그게 다 공염불이었던 모양"이라고 개탄했다.

(뉴시스)

관련기사

경찰이 '부장검사 스폰서' 계좌 보려하자 검찰 "사건 넘겨라" 법무부, 스폰서 부장검사 김형준 2개월 직무집행정지 또 스폰서 검사 의혹…내부비리에 어두운 자체개혁안 판사 이어 검사도…잇단 법조비리, 근본적 대책 있나?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