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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 "실망과 상처 입은 국민께 깊이 사과"

입력 2016-09-06 11:12 수정 2016-09-06 14:56

"현직 부장판사 거액 금품 수수 개인 일탈로 치부 안 돼…법관 조직 연대 책임 인식해야"

"예리한 눈으로 보지 않으면 재판의 정당성 상실…법관 존립 기반 자체 흔들릴 우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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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 거액 금품 수수 개인 일탈로 치부 안 돼…법관 조직 연대 책임 인식해야"

"예리한 눈으로 보지 않으면 재판의 정당성 상실…법관 존립 기반 자체 흔들릴 우려 있어"

양승태 대법원장 "실망과 상처 입은 국민께 깊이 사과"


현직 부장판사가 업자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사건과 관련, 양승태 대법원장은 6일 "이 사건과 관련해 실망하고 상처를 받은 국민에게 사법부를 대표해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긴급회의에 앞서 '국민과 법관들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번 사태로 가장 실망하고 마음에 상처를 받은 사람은 그동안 묵묵히 사법부를 향해 변함없는 애정과 지지를 보내온 국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직 남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분명히 가려져야 할 부분이 있지만, 법관이 지녀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직업윤리와 기본자세를 저버린 사실이 드러났다"며 "그 사람이 법관 조직의 중추적 위치에 있는 중견 법관이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느끼는 당혹감은 실로 참담하다"고 밝혔다.

그는 "한 법관의 잘못된 처신이 법원 전체를 위태롭게 하고 모든 법관의 긍지와 자존심을 손상하고 있다"며 "지난해 이어 다시 이같은 일이 거듭돼 법관 전체의 도덕성마저 의심의 눈길을 받게 됨으로써 명예로운 길을 걸어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 온 모든 법관이 실의에 빠져 있다"고 했다.

양 대법원장은 그러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법관 조직 전체의 책임을 주장했다.

그는 "이런 일이 상식을 벗어난 극히 일부 법관의 일탈행위에 불과하다고 치부해서는 안 되고 우리가 받은 충격과 상처만을 한탄하고 벗어나려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끄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일지언정 이 일이 법관 사회 안에서 일어났다는 것 자체로 먼저 국민께 머리 숙여 사과하고 깊은 자성과 절도 있는 자세로 법관의 도덕성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묵묵히 열심히 근무해왔던 법관들이 이번 일을 접하면서 느꼈을 큰 충격, 자신이 한 재판의 공정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에 대한 자괴감과 억울함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비록 재판은 법관 각자가 담당해 행하는 것이지만, 국민이 인식하는 법원은 모든 재판 결과와 경험이 녹여져 들어 있는 하나의 법원임을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어느 한 법관의 일탈행위로 법원이 신뢰를 잃게 되면 그 영향으로 다른 법관의 명예도 저절로 실추되고 만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황이 어떠하더라도 자기만은 신뢰와 존중을 받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라며 "이는 모든 법관이 직무윤리의 측면에서 상호 무한한 연대책임을 지고 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료 법관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해 위기가 찾아 왔을 때 타인의 일처럼 바라만 볼 수 없는 것은 그 때문"이라며 "억울하다는 생각에 잠겨 있을 수만 없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설명했다.

양 대법원장은 "우리는 힘을 다해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고 법관으로서의 명예를 지키는데 발을 맞춰야 할 것이고,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직무윤리에 있어 이완된 분위기가 법관 사회에 자리 잡지 못하도록 서로 격려하며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법관 수가 3000여 명에 육박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 법원에서 고귀한 명예의식과 직업윤리에 관한 굳은 내부적 결속 없이는 앞으로 계속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우리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특히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부정을 범하는 것 보다 굶어 죽는 것이 더 영광이다'는 말을 통해 전국의 법관을 향해 청렴성을 강조했다.

그는 "청렴성은 법관들이 모든 직업윤리 가운데서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라며 "우리가 청렴성을 중히 여기는 이유는 청렴성이야말로 모든 신뢰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청렴하지 않은 법관이 양심을 가질 수 없고, 양심이 없는 법관이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없다"며 "청렴성을 의심받는 법관의 재판은 아무리 법리에 부합하는 결론을 낸다 해도 불공정한 재판으로 매도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청렴성이라는 가치를 생명처럼 지켜왔기에 과거 법원은 적어도 청렴도에 관한 한 다른 기관에 비해 높은 신뢰를 받아 왔고 그것이 우리의 자랑이요 긍지였다"면서도 "최근 계속되는 몇몇 법관의 일탈행위로 말미암아 추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청렴성에 대한 신뢰는 깨지기 쉬운 얇은 유리와도 같이 사소한 부주의나 불찰에 의해서도 쉽게 금이 간다"며 "법관이 일상생활 중에서 항상 처신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고 하물며 자신이든 다른 법관이든 그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는 행위는 법관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같은 일이 한 번이라도 법관 사회에서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예리한 눈으로 우리 내부를 꼼꼼히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자칫 우리가 하는 재판의 정당성이 상실될 뿐만 아니라 법관의 존립 기반 자체도 흔들릴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번 일로 다 같이 아프고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며 "이같은 일이 다시는 더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도 함께 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법관은 헌법에 따라 철저한 신분보장을 받고 이는 법관이 자기 통제를 충실히 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본다"며 "이제 우리가 그에 대해 해답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우리 법관들이 어떤 누구보다도 청렴하고 성실하며 유능하다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그러한 믿음을 우리 국민으로부터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모든 법관이 함께 뜻을 모은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방책을 찾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전했다.

양 대법원장은 끝으로 전국 법원장들에게도 "오늘 회의에서 문제점을 진단하고 법관의 도덕성에 관한 논란이 일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 내는 데 지혜를 모아달라"고 주문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충격을 안겨 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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