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불거진 이후 외부 노출 처음
법정서 "사실대로 말한다" 로비 인정
이달 22일 재판 종결…10월께 선고
정운호(51)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화장품 군납 청탁과 함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브로커 한모(58)씨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운호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정 전 대표 모습이 외부에 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전 대표는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열린 한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 3차 공판에서 옅은 갈색 수의와 마스크를 쓴 채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대표는 증인신문에서 "국군복지단에 네이처리퍼블릭 상품을 납품하고자 한씨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며 "2011년 추석 전 강남구 소재 한 호텔 주차장에서 쇼핑백에 돈을 담아 건넸다"고 말했다.
이어 "한씨는 당시 이용걸 전 방위사업청장과의 친분으로 박모 국군복지단장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며 "한씨는 명절이고 하니 박 단장에게 인사를 해야겠다며 돈을 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씨는 재판 과정에서 "정 전 대표와 밀접한 관계로 많이 도와줬기 때문에 2011년 당시 추석을 앞두고 쓰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며 "3000만원은 약값으로 받은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 전 대표는 "돈을 건넨 당시 한씨로부터 약 1통을 받기는 했다"면서도 "약값으로 돈을 준 것은 아니다. 화장품을 납품해주겠다며 5000만원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씨에게 건넨 돈의 출처가 구체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정 전 대표는 "당시 소유하고 있던 회사를 매각함에 따라 회사 금고 내에 2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보관 중이었다"고 밝혔다.
한씨의 로비에도 불구하고 정 전 대표는 국군복지단에 화장품을 납품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군에 납품한다고 해서 매출이 크게 나오지 않는 등 메리트가 없었고, 한씨가 20억원에 달하는 인사비를 요구하기도 해 빨리 접었다"고 말했다.
한씨는 정 전 대표에게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하는데 모든 진실을 법정에서 얘기하기로 하지 않았는가"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정 전 대표는 "나는 사실대로 얘기했다. '형님, 여기서 자꾸 부인하시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정 전 대표의 신문이 끝나자 한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진실에 세상에 비칠 것으로 본다"며 "기록해온 진실이 책 2권 분량이다. 부디 면밀히 살펴봐주길 바란다"며 재판부에 자필로 쓴 글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오는 9월22일 오전 한씨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의 최종 의견을 들은 뒤 재판을 종결할 방침이다.
한씨는 지난 2011년 9월 정 전 대표로부터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이 군대 내 매장(PX)에 납품되도록 국군복지단 관계자에게 로비를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