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다 더하다는 제주공항 인근 교통체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공항 내 렌터카 배차·반차가 1일부터 전면 금지됐다.
이날 오후 '하' '허' '호' 번호판을 단 렌터카 차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제주국제공항 정류장과 주차장, 주변 도로는 이전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렌터카 배차와 반납 장소인 공항 렌터카하우스는 폐쇄돼 텅텅 비었고 렌터카를 반납하기 전 짐을 먼저 내리려고 정류장에 잠시 정차하는 행렬도 보기 힘들어졌다.
평소라면 오고가는 차들로 꽉 막혔을 제주공항 주변 도로는 비교적 원활하게 소통하고 있었다.
제주공항을 오가는 렌터카는 교통 혼잡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지난달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신제주와 공항 입구를 연결하는 도령로의 통행속도가 19.3㎞로 조사됐다. 서울 도심의 통행속도 19.6㎞보다 느리다.
퇴근 시간인 오후 5~7시 이 도로의 통행속도는 14㎞로 서울 도심권 평균속도인 18㎞보다 4㎞ 느렸다.
제주공항 하루 진·출입 차량 8만1390대 가운데 렌터카는 5만1076대 62.8%에 달한다.
그러나 2012년 지어진 공항 렌터카 하우스 전용 주차장의 주차면은 764면에 불과하다.연휴에는 시간당 200대의 렌터카가 공항에 들어와 극심한 교통체증이 반복됐다.
제주도가 렌터카 공항 내 배·반차 금지라는 특단의 조치를 꺼낸 이유다. 제주공항에 렌터카 배·반차가 금지된 것은 1978년 이후 38년만이다.
렌터카 이용객들은 이날부터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릴 수 없고 렌터카 업체가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차고지로 가서 대여해야 한다. 반납도 마찬가지다.
제주도는 공항 서쪽에 130대를 세울 수 있는 셔틀버스 주차장과 이용객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대기소도 만들 계획이다.
배·반차 금지가 시작된 첫날 일부 이용객들은 길어진 이동시간 등에 불편을 호소하면서도 교통 혼잡 해소라는 목적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에서 온 박모(33)씨는 "렌터카를 배차받기 전 주차장에서 차가 대기한 요금을 내지 않아서 좋고 차도 덜 막히는 것 같다"면서도 "차를 빌리는 이동시간이 길어져 여행 일정이 다소 지체된다"고 말했다.
관광객 신모(35)씨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많아져 필요성은 공감한다"며 "걷기가 힘든 어르신이나 짐이 많은 이용객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게 번거롭다"고 전했다.
제주도 강영돈 교통정책과장은 "렌터카 배·반차 금지로 공항 교통량이 절반 가량 감소할 것"이라며 "이날부터 일주일 간 렌터카 배·반차를 계도하고 필요하면 단속도 할 방침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