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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에 전기료 인하까지…'물가관리' 비상등

입력 2016-09-0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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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에 전기료 인하까지…'물가관리' 비상등


도통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국제유가에 정부의 전기요금 인하까지 겹치면서 8월 소비자물가가 1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의 '물가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당장 다음 달 대국민을 상대로 물가설명회를 여는 것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7월 한은 설립 후 최초로 물가안정목표제 설명회를 열었다. 지난 1~6월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9%로 6개월 이상 물가안정목표치인 1.5%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2016~2018년 3년간 적용할 중기 물가안정목표제를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 대비) 2.0%로 설정했다. 만약 이 범위를 6개월 이상 0.5%포인트 벗어나면 총재가 나서 직접 목표이탈 원인과 향후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 등을 설명키로 했다.

또 3개월 마다 같은 기준으로 후속 설명책임을 이행키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를 밑돌면 이 총재는 10월에 또 다시 물가설명회를 열어야 한다.

그러나 1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에 그쳤다. 이는 1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2~4월만 해도 1%대를 유지하던 물가상승률은 5월 0.8%로 하락한 뒤 6월(0.8%), 7월(0.7%)에 이어 8월까지 넉 달째 0%대에 머물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가 주저앉은 것은 유가하락 여파와 함께 누진세로 인한 여론의 비판이 커지면서 정부가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인하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9월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전기요금 인하 조치가 9월까지 이어지는 데다 한은이 저물가의 '주범'으로 꼽은 유가하락 추세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기업구조조정, 김영란법 시행 등 하반기 소비를 둔화시킬 요인은 산적해 있다. 반면 반등 요인은 딱히 보이지 않고 있다.

물가관리를 위해 '통화정책' 카드를 꺼내기도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통상 경제학 이론으로는 금리를 내리면 시중에 통화량이 늘어나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이는 자연스럽게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이론이 통하지 않고 있다. 이 총재는 2014년 4월 취임 이후 기준금리를 5차례나 내렸음에도 이 기간동안 물가는 오히려 떨어지는 부작용만 나타났다.

이 총재는 지난해 말 송년간담회에서 경제학에서 수요와 공급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필립스 곡선의 평탄화를 예로 들며, 금리를 내려도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졌다며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가계부채는 연일 치솟고 있고, 미국이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점도 기준 금리 조정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한은 내부적으로도 물가목표 달성 전망에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8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도 물가를 걱정하는 금통위원들이 우려가 쏟아졌다. 중기적 물가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A금통위원은 "관련부서는 국제유가가 올 4분기로 갈수록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지만 하반기 달러화 강세 가능성 등이 국제유가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또 OPEC의 감산논의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B위원도 "올해 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목표운영 설명책임을 벗어나는 범위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물가가 전월대비 상당히 빠른 오름세를 보여야 한다"며 "그러나 4분기에는 전월대비 상승률이 다소 둔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C위원은 "유가 및 원화 환율 하락 등으로 하반기 물가경로에 하방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수요측면의 물가압력을 보다 반영하는 다양한 근원물가 지표의 오름세는 둔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최근의 금리인하에도 하반기 기조적인 물가상승 압력이 약화되면서 중기적 물가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낮아질 위험에 대해 보다 신중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10월 물가설명회 이행을 아예 염두에 둔 발언도 있었다.

D위원은 "지난 7월에 이어 10월에도 물가목표 운영상황에 대한 설명이 요구될 수 있다"며 "10월에는 일반 국민이 물가목표 이탈시 합리적 정책대응, 중앙은행의 책임성 등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자료 준비 등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물가안정목표제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는 것을 하나의 방법으로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한은은 중앙은행으로의 정책 신뢰성을 감안할 때 이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요즘 한은의 최대 고민은 물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그러나 중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경제의 여건을 충실히 반영해 세운 3년간의 목표로 단기적 상승률이 낮다고 해서 쉽게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한은 측은 환율 및 유가향방에 따라 불확실성은 있으나,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물가목표운영 설명책임을 벗어나는 범위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7월 근원물가지표 하락이 주로 공공요금인상에 따른 효과소멸, 일부 공산품의 할인행사 등에 기인한 것인 만큼 수요측면의 물가하방압력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앞으로 공급요인의 영향이 약화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내년 상반기로 갈수록 물가목표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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