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편 이번 청문회에서는 옥시에 이어서 오늘(30일)은 SK케미칼 관계자들을 부를 예정입니다. 저희 탐사플러스의 취재 결과 SK케미칼이 제조한 살균제 원료, PHMG가 공기청정기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그동안 SK케미칼 측은 이 물질이 생활용품에는 쓰이는지 몰랐다고 주장해왔는데요.
김지아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 설치된 공기청정기입니다.
청정기에 붙어있는 광고 문구엔 "SK케미칼이 개발한 '스카이바이오'라는 살균제를 사용했고 독성이 없어 무해하다"고 강조합니다.
[어린이집 관계자 : 무슨 질병 같은 게 돈다고 할 때 저희는 어쩔 수 없이 뭐라도 하나, 소독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구입한 거죠.]
스카이바이오는 SK케미칼이 자체 개발한 PHMG를 염화나트륨, 물과 섞어 만든 공업용 세척제입니다.
PHMG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돼 수백 명의 생명을 앗아간 독성 화학물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물질을 공기청정기 필터에 사용했다고 버젓이 홍보한 겁니다.
해당 업체는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하자 스카이바이오의 살균력을 내세워 병원과 학교, 어린이집 등에 공기청정기 30억 원어치를 공급했습니다.
하지만 업체 대표는 스카이바이오를 쓴 것처럼 광고만 했을 뿐, 실제론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합니다.
[A업체 대표 : 우리 직원이 나가서 어디 가서 뒤지다가 조금 구했나 봐요. '이게 뭐냐' 하니까 '스카이바이오'래요. 항균제래요. 뿌려보니까 살균성이 없어 (허위 광고네요.) 허위광고? 그건 뭐 책임질게요. SK케미칼 대기업의 것이니까 이걸(제품) 홍보하려고 붙인 거죠.]
그런데 비슷한 홍보 문구를 사용한 업체는 이곳뿐이 아닙니다.
국내의 또 다른 공기청정기 회사 홈페이지입니다.
'스카이바이오'를 사용한 필터를 장착해 살균 능력이 뛰어나다고 광고합니다.
업체 측은 해당 청정기가 단종됐다고 밝혔지만, 중고 제품은 지금도 팔리고 있습니다.
[중고 판매상 : 가정에서 사용하던 거예요. 필터는 모델명 치시면 인터넷에서 판매를 하는 것 같더라고요.]
취재진이 필터 업체를 찾아가보니 스카이바이오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업체들이 사용하지도 않은 스카이바이오를 굳이 광고 문구까지 붙여 판매한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2011년 폐질환 원인으로 PHMG가 지목되면서 해당 물질을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들은 모두 회수됐습니다.
하지만 공기청정기에 대한 당국의 체계적인 조사는 없었습니다.
[우원식/가습기특조위원장 : 생활용품에 (PHMG가) 사용될 가능성에 대해서, 또는 지금 사용되고 있는지, 이런 물질들에 대해서 충분히 조사해야 합니다.]
업체 측은 자신들이 판매한 공기청정기 필터의 성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B업체 사장 : 2007년 9월에 제가 (이 회사를) 인수했는데 그 제품에 대해서 정확한 건 몰라요. OO(필터 업체)라는 거래처에서 B업체의 정품필터를 거래하고 있어서 저희가 그대로 인수를 해서 OO랑 계속 거래하고 있는 거죠.]
SK케미칼은 스카이바이오의 경우 중간 도매상을 거쳐 판매하기 때문에 업체들이 가습기 살균제나 공기청정기에 사용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SK케미칼의 스카이바이오 매출 내역을 입수한 결과, 2008년의 경우 한 업체에 직접 납품한 정황이 파악됐습니다.
또 2009년엔 SK케미칼이 스카이바이오를 사용한 공기청정기 필터의 항균력을 분석하는 실험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SK케미칼 측은 "업체가 의뢰해서 이뤄진 실험"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업체 관계자의 말은 조금 다릅니다.
[C업체 관계자 : (이런 실험 의뢰가) 가능하겠어요? 그게 우리가 어떻게 하는 게 아니고, 우리는 그냥 중간 통로(역할)만 해준 것이다…]
수많은 피해자들을 낳았던 PHMG가 공기청정기에도 사용됐는지 여부에 대해 이제라도 정부의 체계적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