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는 29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각 당 대표를 잇따라 만나 상견례를 가졌다. 대체로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유독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는 은근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추 대표의 예방을 받고 "뭔가 변화를 감지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며 "통합의 정치를 잘 선보여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추 대표는 "의장님께서 당대표직을 하시면서 당이 어려울 때 굉장히 당력을 모으셨다"며 "앞으로 험난할 텐데 제가 자문도 구하고 하겠다. 많이 좀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정 의장은 추 대표가 안규백 사무총장과 윤호중 정책위의장을 임명한 데 대해 "처음 인사가 중요한데 발표한 것을 보니까 인사가 현재까지 아주 잘 되고 있고 신속하게 하셔서 잘 될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총장은 정 의장과 가까운 사이다.
추 대표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만남도 훈훈했다.
이 대표는 새누리당 대표실을 찾아온 추 대표에게 "국회에서 12년이면 3선인데 그야말로 국회의원으로서는 아주 왕 선배님"이라며 "솔직히 정치력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추 대표님에 비하면 저는 조족지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덕담을 했다. 이에 추 대표는 "우리가 바른 역사를 적립하고, 미래 세대에 희망을 주는 일에도 서로 잘 소통하자"며 "특히 이 대표는 집권당 대표로서 당정청의 가교 역할을 해야 되니까 민심을 잘 읽어내시고 또 전달해주면 국민을 위한 좋은 정치가 나올 것"이라고 화답했다.
추 대표는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우리 야당끼리 더 '찰떡공조'를 해서 민생의 대변자, 민생의 지킴이 역할을 해야 한다"며 "(더민주와 정의당은) 자매정당 같다. 하는 일도 자매 같은 마음으로 (추진해서) 국민들에게 희망이 되자"고 말했다. 심 대표도 "추 대표가 집권여당의 정신을 좀 깨는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며 "원래 강한 야당이 있어야 여당도 책임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추 대표와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간 만남에서도 분위기는 좋았다. 추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축하난을 받은 뒤 "당 체제를 조속히 정비하고 민심을 잘 수용해서 민심의 대변자가 될 테니 야당의 목소리도 대통령님께서 직접 잘 전달받을 수 있도록 창구역할을 잘 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 수석은 "만일 저희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에게라도 말씀을 달라"고 화답했다.
반면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만남에선 신경전이 벌어졌다. 추 대표는 그간 박 위원장을 비롯해 더민주 탈당 후 국민의당을 창당한 인사들을 비난해왔다. 추 대표는 국민의당 대표실에서 박 위원장을 만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유언이 '꼭 통합하라'였다. 통합을 해야 힘이 생기고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 할 수 있다는 깊은 뜻이 담겼다"며 "박 위원장이 그런 김 전 대통령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읽을 줄 아는 만큼 꼭 통합해 내서 국민께 희망을 드리는 장정이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제가 집나간 며느리도 되돌아오게 하는 가을 전어처럼 당을 통통하게 살찌운다고 약속했다"며 "국민을 위한 길이라면 합칠 땐 합쳐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처음부터 한 방 먹이네"라고 농담으로 응수한 뒤 "아무래도 김 전 대통령은 저를 더 좋아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