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탈리아에서 지진 참사로 291명이 숨졌는데요. 지진 당시 어린 동생을 살리기 위해 꼭 껴안고 있던 9살 소녀의 얘기가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습니다. 언니의 장례식이 치러지던 날, 살아남은 네 살배기 동생은 생일을 맞았습니다.
김소현 기자입니다.
[기자]
사진 속 소녀는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는 소녀의 웃음을 볼 수 없습니다.
지진 참사 속에서 네 살배기 동생을 구하려 몸을 던진 9살 소녀 줄리아입니다.
지진 당시 겁에 질린 동생 조르지아를 껴안아 온 몸으로 충격을 흡수하고 잔해 속에서도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 겁니다.
줄리아 덕분에 조르지아는 지진 발생 16시간 만에야 발견됐지만 별다른 상처조차 입지 않았습니다.
[지오반니 데르콜레/장례미사 집전 주교 : 삶과 죽음의 포옹이었습니다. 어린 조르지아가 이겨냈고 살았습니다.]
이탈리아 지진 희생자 첫 장례식이 치러지던 날 두 자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장례식장은 눈물바다로 변했습니다.
한 구조대원은 "너무 늦은 자신들을 용서해달라"는 작별편지를 남겼습니다.
이날은 조르지아의 네 번째 생일이기도 합니다.
이탈리아 당국은 피해지의 학교와 교회 등 공공건물 개조 과정에서 내진 안전기준이 지켜졌는지 조사에 나섰습니다.
이탈리아는 지난 2009년 강진 이후 공공건물에 내진설계를 의무화했지만 이번 지진으로 대부분 건물이 붕괴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