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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서번트 리더십?…국민 안 보이는 '섬기는 리더십'

입력 2016-08-25 19:06 수정 2016-08-2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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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공직 사회나 여당에서 유난히 "국민을 섬기겠다"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어제(24일) 취임한 이철성 경찰청장도 섬기는 리더십을 거론했고,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아예 섬기는 머슴이 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말로만 국민을 섬기겠다고 외칠 뿐, 결국 섬김의 대상은 대통령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여당 발제에서는 정부·여당이 강조하는 '섬김의 리더십'을 비판적으로 따져보겠습니다.

[기자]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
직역하면 '하인의 리더십'이지만, 보통 '섬기는 리더십'이란 뜻으로 풀이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특히 이 말을 좋아하는데, 이미 2007년에 개그맨 유재석씨를 예로 들면서 "국가 지도자가 군림하는 게 아니라 섬기고 봉사하는 서번트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또 대선후보 시절에도 섬기는 정치를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 (2012년 11월 18일) : 깨끗한 정치, 섬기는 정치, 소통하는 정치가 되도록 정치쇄신을 강력하게 추진하겠습니다.]

자, 그럼 박근혜 정부에서 '서번트 리더십'이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발탁한 서번트, 첫번 째. 이철성 경찰청장을 보겠습니다.

논란이 많았지만, 대통령이 음주사고 전력이 있는 사상 최초의 청장으로 임명했는데, 취임사에서 역시 '서번트 리더십'을 강조했습니다.

[이철성 경찰청장 (어제) : 저는 국민과 동료 여러분을 섬기는 자세로 일하면서 마음의 빚을 하나씩 갚아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자, 이렇게 국민을 섬기겠다고 말은 했는데, 취임사의 다른 대목도 차근차근 따져보겠습니다.

[이철성 경찰청장 (어제) : 일상생활 속에서 법을 지키는 것이 자신과 공동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나가야 하겠습니다.]

자, 일상 속에서 법을 지켜달라… 네, 좋은 말씀이네요. 그런데, 음주운전을 하다 중앙선을 침범해 사고까지 내신 분이 저런 말씀을 하시니 뭔가 앞뒤가 맞지 않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이철성 경찰청장 (어제) : 원칙이 상식이 되고, 신뢰가 넘치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힘을 쏟읍시다.]

네, 이 말씀도 구구절절 옳으십니다. 그럼요, 원칙이 상식이 돼야죠.

자, 그런데 이건 어떻습니까. 어떤 경찰관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이 됐다고 칩시다. 이 경찰관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조사를 받는 건 원칙입니까, 아닙니까.

이철성 청장은 그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본인 입으로 말했는데, 그런 분이 "원칙이 상식이 되는 공동체를 만들자"고 하시니 뭔가 힘이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제 음주단속은 어떻게 합니까?" 자, 이건 제 말이 아닙니다. 이 청장이 임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한 지구대 순경이 "음주단속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며 한 말입니다.

자, 이번엔 '국민 머슴'을 자처하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이 대표는 출마 선언을 할 때부터 '서번트 리더십'을 내세웠습니다.

[이정현 당시 당 대표 후보/새누리당 (지난달 7일) : 새누리당이 국민들로부터 다시 지지와 성원과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그것은 바로 서번트 리더십, 섬기는 리더십 쪽으로 당의 운영에 거의 대부분의 힘과 여력을 그쪽에다 쏟아 붓는 것이 저는 그러한 방안 중의 하나라고 생각을 하고…]

보시는 것처럼 이 대표는 취임 직후 회의실 벽면에 '섬기는 머슴, 행복한 국민'이라고 적었는데, 이 대표가 도대체 누구를 섬기는 머슴인 건지, 따져보겠습니다.

여러 번 지적했지만, 이 대표는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에 대해 고집스럽게 침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정현 당 대표/새누리당 : (진상 규명을 하려면 민정수석의 옷을 입은 상태에서 검찰에 출두하기도…)…. (우병우 수석 관련해서…)….]

이렇게 아무 말도 안 하니 기자들도 매일 속이 타는데, 당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나경원 의원/새누리당 (어제) : 지금 당의 모습이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에는 조금 안타까움이 있지 않나, 하는 그런 우려를 보입니다. 지금 가장 국민들이 관심 있는 현안들에 대해서 당의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었으면 합니다.]

당내에선 이렇게 국민을 섬기겠다더니 대통령 눈치만 본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대표에게 최근 '당무수석'이란 별명도 생겼습니다. 청와대 수석처럼 일하는 당 대표란 뜻입니다.

오늘은 영화의 한 장면으로 발제 내용을 정리합니다. 정치가 영화를 만났을 때~

"장수된 자의 의리는
忠(충)을 쫓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임금이 아니고 말입니까?"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는 법이지."

영화 '명량'의 한 장면입니다. 무려 400년 전에 이순신 장군이 한 말입니다.

요즘 정치에 적용한다면, '충'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향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정부와 여당엔 '서번트 리더십'을 외치는 리더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마음의 중심엔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여당 기사 제목은 이렇게 정하겠습니다. < 당정, 국민 안 보이는 '섬기는 리더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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