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성산대교 일대 한강이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남조류가 활발하게 증식하는 '녹조(綠潮)'현상 때문이다.
녹조가 최근 한강 하류를 중심으로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 한강 조류경보 일수는 '0일'이다. 서울시 평균기온이 25도를 넘기 시작한 시점이 예년보다 20일가량 앞당겨졌지만 지난해 109일이나 발령됐던 조류경보가 올해는 단 한차례도 발령되지 않았다.
조류경보가 발령되지 않으면서 지난 5~6월 사이 도입예정이었던 녹조제거선은 3달가량 늦어진 24일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한강이 1년만에 녹조현상 '다발지역'에서 '안전지역'으로 바뀐 걸까.
이에대해 환경단체들은 바뀐 조류경보 기준으로 인한 '착시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지난해 한강에서 녹조가 대규모로 장기간 창궐하면서 녹조에 대해 엄격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오히려 조류경보 기준을 완화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까지 한강 조류경보는 ㎖당 남조류 세포수가 500개 이상은 '주의보', 5000개 이상은 '경보', 100만개 이상이면 '대발생'으로 구분했다. 여기에 클로로필-a 수치까지 더해 경보를 발령했다.
올해는 상수원보호구역(강동대교~잠실대교)과 친수구역(잠실대교~행주대교) 등 2구간으로 나누면서 경보 발령기준을 변경했다. 최근 녹조가 발견된 한강 하류 친수구역은 남조류 세포수가 2만개 이상일 때 '관심', 10만개 이상일 때 '경계'가 각각 발령된다.
지난해 기준을 적용하면 지난 22일에도 한강에는 조류 주의보가 발령됐어야 한다. 당시 한강의 남조류는 마포대교가 1482개, 성산대교가 1617개로 조사됐다.
대량의 녹조가 확인됐던 지난 17일 성산대교의 남조류는 1만6000여개 안팎이었다. 지난해 기준이었다면 조류 경보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대량 녹조를 겪었다면 모니터링 강화 등 예방조치가 필요한데 (기준이 완화되면서) 선제 조치가 안됐다"며 "용어도 주의보·경보에서 관심·경계로 바꿔 시민들이 경각심이나 위기의식을 못 느끼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등은 바뀐 기준이 WHO(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수치라고 반박했다.
현재 WHO는 먹는 물인 상수원의 경우 남조류 세포수가 ㎖당 1만개일 때 경계 단계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환경부는 한강 상수원 기준을 WHO 권고기준에 맞춰 조류경보 기준을 변경했다.
수상레저 등을 즐길 수 있는 친수구역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남조류가 10만개 정도 나타났을 때 독소가 검출되는게 WHO 기준"이라며 "선제적으로 방지하는 차원에서 5분의1 수준인 2만개일 때 관심 단계를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조류 세포수가 2만개 미만이어도 1만개 이상이면 하수처리장 등에 조류의 먹이가 되는 오염물질 방출을 줄이는 작업을 지시한다"고 덧붙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