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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화장실 살인사건' 발생 100일…식지 않는 논쟁

입력 2016-08-22 15:25 수정 2016-08-22 15:28

개인 희생자에 대한 이례적 추모 열풍 불러
성별 간 대결 구도식 논쟁·치안 불안감 여전
여성들 차별 피해 막기위한 실질적 제도 정착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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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희생자에 대한 이례적 추모 열풍 불러
성별 간 대결 구도식 논쟁·치안 불안감 여전
여성들 차별 피해 막기위한 실질적 제도 정착돼야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 발생 100일…식지 않는 논쟁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 발생 100일…식지 않는 논쟁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 발생 100일…식지 않는 논쟁


오는 24일로 이른바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100일이 된다.

그간 여성의 신변 안전을 위한 '화장실 대책'이 쏟아졌고 경찰은 가용 경력을 총동원한 치안 활동을 폈다. 개인에 대한 이례적일 정도의 추모 열풍도 일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다소 낯선 '혐오 범죄(Hate Crime)'와 성별 갈등이 얽힌 논쟁이 시작돼 100일이 다 되도록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느끼는 일상적 위기의식을 집단적으로 표출하게 된 이 사건이 여성 문제 접근에 일대 전환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성(性) 차별적 구조가 교정됐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를 냈다.

드러난 갈등을 남녀로 국한하기보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인식하고 공존을 모색해야만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혐 논쟁' 여전히 진행중

지난 5월17일 오전 1시25분. 서울 서초구의 한 노래방 화장실에서 A(23·여)씨가 정신분열증(조현병) 환자 김모(34·구속 기소)씨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다.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했다"는 범인의 초기 진술이 알려지자 무고하게 희생당한 20대 여성을 향한 이례적 추모 열기가 일었다. '여성 혐오(여혐)' 논쟁의 시작이었다.

경찰이 서둘러 '정신질환에 의한 묻지마 범죄'에 부합한다는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심리면담 결과를 발표하며 혐오 범죄에 선을 그었지만 논쟁은 계속 격화됐다.

혐오 범죄의 정의와 인식을 놓고 사회적 논의가 거의 없었던 탓이다. 당시 범인 수사에 투입된 프로파일러 이상경 경사가 "우리나라에는 혐오범죄 사례가 많지 않아 추후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사건의 저변에 여혐이 깔려있는지 여부를 놓고 치열하게 전개된 온라인상의 갑론을박은 폭력 사태로까지 비화됐다. 학계에서는 일시적인 사이버 담론을 넘어 여혐 분석을 사회과학적 틀에서 진지하게 논의하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일었다.

무엇보다 근래 여혐 문제와 관련된 사건들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여혐 반대 운동을 하는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후원 티셔츠를 입은 성우를 하차시킨 게임업체 넥슨의 조치에 만화 전문 사이트인 레진코믹스에서 활동하는 일부 웹툰 작가들이 비판 입장을 내면서 회원들의 집단 탈퇴 사태가 발생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7월 서울지하철 홍대·신촌·강남역에 여혐 반대 광고가 게시됐다가 하루만에 철거되는 일도 빚어졌다. 인터넷 사이트 '여성시대'가 서울메트로에 제출한 광고 도안에 대한 심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지하철에 광고가 게시돼 메트로 측이 이를 떼어내면서 벌어진 해프닝으로 밝혀졌지만, 이런 광고를 싣고자하는 여성들과 이를 불편해하는 사회 분위기가 공존해 언제든 여혐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도심 한복판 강력 사건에 불안감 확산

여혐 범죄가 맞느냐를 둘러싼 시시비비와는 별개로 민심의 불안감은 커졌다.

서울경찰청이 사건 발생 후 6월 한 달간 '여성 불안요소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했더니 총 3629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하루 평균 120.1건이 접수된 셈이다.

어두운 골목길에 폐쇄회로(CC)TV와 가로등이 없어 불안하다는 신고가 10건 중 6건(65.2%·2051건)이었고 나머지 34.8%(1097건)은 특정인 또는 불특정인에 대한 대인 불안 신고였다.

호신용품도 불티나게 팔렸다.

트위터 코리아가 올 상반기 국내 트위터 이용자들의 트윗을 분석한 결과 강남 살인사건이 사회 분야 3위에 올랐다. 정국 최대 이슈였던 국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와 세월호에 이은 순위였다.

◇100일간의 논쟁, 무엇을 남겼나

자신도 범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시작된 추모 열기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일상적 위기의식을 집단적으로 표출하는 계기가 됐다.

한 사람이 운 나쁘게 희생당하고 끝난 개별 사건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사회적 안전망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기회가 불특정 여성 또는 남성을 향한 혐오 논쟁으로 상당 부분 얼룩져버렸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문가들은 성별 간 대결을 조장하는 추모 운동은 본질을 벗어난 소모적 논쟁으로 변질되기 쉬워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김희영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강남역 사건은 여험 범죄의 가장 극단적 형태인 살해를 여성들이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게 된 사건으로 여성 인권 활동에 있어 분명히 의미가 있다"면서도 "사건을 도구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혐을 포함한 여성 문제에 대해 경종을 울린 사건임에는 분명해 보인다"며 "하지만 여성을 바라보는 차별적 시각과 정책에 큰 변화는 아직 없다. 따라서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을 수준의 사회적 공감대가 가시적으로 형성됐다고 보진 않는다"고 평했다.

한상암 원광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우리 사회는 지엽적인 문제에 매몰돼 '소모적 의견 분열'의 상태에 놓여 있다"면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논의하고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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