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압박하는 동시에 호남민심에 야권대표주자 강조 의도인 듯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를 만나 내년 대선 전 후보단일화 필요성을 전격적으로 언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2년 대선 때 '맏형 리더십'을 제시하며 안 전 대표와의 단일화 국면을 주도하려 했던 당시와 유사한 움직임이란 해석에서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이 열린 국립현충원에서 안 전 대표와 만난 뒤 기자들에게 "지난번 총선 과정에서 야권이 서로 경쟁했지만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다들 뜻을 함께 하게 되리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저희(나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어떤 방식이든 함께 힘을 모아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낼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 전 대표가 야권 후보 단일화를 공개 시사했지만 안 전 대표는 언급을 피했다. 문 전 대표가 단일화 논의에서 한발 앞서가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선 문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을 놓고 자신이 야권 내 대선후보 지지율 1위임을 각인시킴으로써 안 전 대표와의 경쟁을 앞두고 야권 대표주자 지위를 선점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 야권 승리를 위해 단일화를 주도하는 맏형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단일화 국면에서도 안 전 대표를 상대로 '맏형 리더십'을 구사한 바 있다.
문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이 김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나왔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호남지역에서 '반문재인 정서'가 엄존하는만큼 김 전 대통령 추도식장에서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호남지역 여론을 환기하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문 전 대표가 이날 "지금 국민들을 네편 내편으로 가르는 편 가르기 정치가 우리나라를 멍들게 하고 국민들에게 절망을 주고 있다"며 "이럴 때 김대중 대통령이 했던 통합의 정치와 그 정신을 다시 간절하게 그리워하게 된다"고 말한 점도 주목된다.
이 발언은 최근 문 전 대표와 더민주를 겨냥해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국민의당 지도부에 대한 우회적인 비난이란 해석이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