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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동국대·외대…'불통'이 몰고온 대학가 '농성 대란'

입력 2016-08-17 14:58

이대·동국대, 평생교육 단과대학 반대로 촉발
외대, 비리 전력 전 총장 명예교수로 임명 반발
'소통' 아닌 '통보' 대상 전락한 학생들 분노
"국내 대학 이사회의 후진적 마인드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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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동국대, 평생교육 단과대학 반대로 촉발
외대, 비리 전력 전 총장 명예교수로 임명 반발
'소통' 아닌 '통보' 대상 전락한 학생들 분노
"국내 대학 이사회의 후진적 마인드 바뀌어야"

이대·동국대·외대…'불통'이 몰고온 대학가 '농성 대란'


서울 대학가에 점거농성이 줄을 잇고 있다. 이화여대에 이어 동국대, 한국외국어대 학생들은 최근 학교 본관 혹은 총장실을 점거하거나 단체행동에 들어간 상태다.

선봉장 격인 이대는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달 28일부터 농성을 시작, '총장 사퇴'를 외치며 여전히 학교 본관을 점거하고 있다. 이대 학생들의 점거 농성은 17일로 무려 20일째를 맞았다.

동국대 역시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반대하면서 지난 10일부터 '동국인 만민공동회'라는 이름의 단체행동에 착수했다. 만민공동회는 이대처럼 점거까지는 아니지만 본관 출입구 앞에 자리를 잡고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반대를 주장하는 선전전, 자유발언, 토론회, 문화제 등을 이어가는 형태다.

동국대 학생들은 16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학교 기획처 측과 협의테이블에서 머리를 맞댔으나 끝내 결론을 짓진 못했다. 학생들은 17일 중 최종입장을 정리해 학교 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대와 동국대 학생들이 쏟아내는 분노에는 학교의 '불통'이 저변에 자리잡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동국대의 경우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자체보다 진행 과정에서 학생이 배제됐다는 사실에 오히려 더 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동국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의 취지에는 공감을 한다. 하지만 사업자로 선정된 지 3개월도 안되는 시간 동안 커리큘럼을 만들고 교원까지 선발한다는 것은 졸속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큰 문제는 사업 준비과정에서 총학생회와의 소통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 학생들이 '설립 철회'라는 본래 목표를 이룬 후에도 농성을 이어가는 주된 명분 중 하나는 학생들이 그동안 최경희 총장으로부터 느낀 '소통 부재'이다.

지난 3일 이후 이대 정문 앞 우측 벽에 붙어있는 '최경희 총장 사퇴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대자보에는 그간 켜켜이 쌓여온 학생들의 실망감과 문제의식이 잘 나타나 있다.

대자보에는 '15학번 성적 장학금 폐지' '도서관 24시간 개방' '프라임 사업' '코어 사업' 등 학교가 결정해 온 중요 정책들이 번호 순으로 나열돼 있고 10개가 넘는 항목들의 옆 괄호 안에는 모조리 '통보'라고 적혀 있다.

자신들은 최 총장 취임 이후 '불통의 역사'를 견뎌왔다는, 단순히 평생교육 단과대학 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표면적으로 불통 문제를 내세우고 있지 않은 외대의 경우도 근본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6월 교비 횡령으로 벌금형이 선고된 박철 전 총장의 명예교수직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10일부터 총장실을 점거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유죄 판결을 받은 총장에게 명예교수직을 주면 학생들이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너무 쉽게 할 수 있지 않느냐"라며 "그럼에도 학교 측은 이를 무시해버리고 밀어붙였다. 만일 의견 타진 과정이라도 있었다면 총장실 점거까지는 안 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운동권 문화가 지배하던 1980~1990년대 당시 대학생들의 시위나 점거 농성은 독재 타도, 민주화, 학원 자율화 등을 향한 외침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시절이 한참 지난 21세기에도 이대, 동국대, 외대처럼 중장기적인 점거 농성이 이뤄지는 것은 학생들이 외부 사회가 아닌 학내 문제로 거세게 분노하기 때문이며, 이는 학생들을 소외시키는 학교 당국의 독단적 의사 결정 구조 및 후진적 마인드가 낳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연덕원 연구원은 "2007년에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면서 학생도 참여하는 대학 평의원회가 심의기구에서 사실상 자문기구로 위상이 축소된 게 1차 원인"이라며 "하지만 평의원회가 심의 역할을 한다고 해도 대학 내 최고의사결정기구는 이사회이다. 그런데 국내 대학 이사회는 학교 운영에 있어 학생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마인드가 아직도 많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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