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국에 녹조 현상이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해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물고기는 없고 녹조류만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어민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는데 그 실태를 밀착카메라가 취재했습니다.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어민 10여 명이 조업 활동을 하는 김해 대동 선착장입니다.
아래를 보면 강물에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선명한 초록빛을 띠고 있습니다.
이쪽은 상태가 더욱 심각한데 다리 아래를 보면 녹조가 썩어 곰팡이가 하얗게 피었을 정도입니다.
낙동강 하류 한 가운데의 모습은 어떨지 배를 타고 나가보겠습니다.
소형 선박이 물살을 가르자 초록빛 물보라가 일어납니다.
선착장에서 1톤짜리 배를 타고 15분 가량 낙동강 하구둑 방향으로 내려가봤습니다.
배를 타고 낙동강 하류 한가운데에 나왔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강물이 온통 초록색입니다.
강 안쪽의 모습은 어떨지 카메라를 넣어보겠습니다.
물속에 희뿌연 녹조류 알갱이가 둥둥 떠다닙니다.
온통 초록빛인 강물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듭니다.
수중카메라를 건져올려보니 역시 녹조류 알갱이가 딸려 올라옵니다.
어민들은 녹조로 달라진 낙동강 생태계 때문에 속이 타들어 갑니다.
[유점길/어민 : 하늘과 땅 차이예요. 고기라고는 없어요. 씨가 말라버렸어. 무슨 균이나 있을까 고기를 잡아다 팔지도 못해요.]
이틀 통안 넣어놨던 자망들을 어민이 걷어올려봅니다.
하지만 소득은 거의 없습니다.
미리 설치한 10m짜리 그물을 끌어올렸더니 잉어 한 마리만 잡혀 올라왔습니다.
또 다른 그물에선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강준치만 확인됐습니다.
올해 4대강조사위원회가 낙동강 생태계를 조사했더니 실제로 참게와 블루길·강준치 등 8종만 발견됐습니다.
10년 전 70여 종이었던 낙동강 물고기 개체 수가 급감한 겁니다.
지난 2013년부터 어민 480여 명이 낙동강에 연꽃을 심고 쓰레기를 줍는 등 정화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녹조에 의한 생태계 변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낙동강 정화를 위에 어민들이 이 일대에 연꽃을 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그 규모가 30만 제곱미터에 이르고 있습니다.
[우충희/어민 : 수초가 다 없어졌잖아요. 그래서 고기 산란 지역이 별로 없어요.]
이번에는 낙동강 중류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봤습니다.
대구 달성군 화원 유원지에도 녹조가 뻗쳤습니다.
[차호현/대구 대명동 : 물 보면 별로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아주 맑지 않으니까. 손을 한 번 씻으려고 해도 찜찜합니다.]
강가로 직접 내려가 봤습니다.
낙동강 중류에 있는 사문진교 아래입니다.
수초가 쌓여 있는데 이 가운데 녹조를 먹고 사는 큰빗이끼벌레도 발견됐습니다.
큰빗이끼벌레는 유속이 느린 곳에 살면서 녹조를 먹으며 번식하는 대표적인 생물입니다.
이곳 역시 물고기는 보이지 않고 강바닥은 모래층이 아닌 시커먼 펄만 가득합니다.
[정수근 사무처장/대구환경운동연합 : 부유물들이 썩어서 썩은 펄이 강바닥에 쌓이고 있습니다. 저수 생물들이 살 수가 없는 환경이 돼버렸다는 것을 설명해줍니다.]
인근 대구 달성군 박석진교 주변 역시 강물에 녹조가 번졌습니다.
이번에는 투명 플라스틱 컵으로 강물을 떠보겠습니다.
제 왼손에 들고 있는 게 시중에서 파는 녹차라테인데요, 이 녹차라테보다 강물이 짙은 녹색을 띠고 있습니다.
현재 낙동강 강정고령보와 창녕함안보에는 조류경보제 관심단계가 발령되는 등 전국적으로 녹조현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당분간 비 소식이 없어 녹조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걸로 보입니다.
4대강 사업의 가뭄과 홍수 대비 효과를 놓고선 여전히 평가가 엇갈립니다.
그런 가운데 점점 짙어지는 녹조로 어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