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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소통과 불통 사이…이정현 대표식 화법 논란

입력 2016-08-12 18:43 수정 2016-08-12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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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누리당 이정현 신임 대표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당청 관계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특유의 화법으로 대통령을 설득하는 모습에 '신 밀월관계'가 만들어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 대표의 화법이 지나치게 대통령 중심적이란 지적도 많습니다.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화법이 자칫 또 다른 불통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오늘(12일) 여당 발제에서는 이 대표의 화법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어제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 박근혜 대통령의 오찬은 이 한마디로 정리됩니다.

박 대통령은 이정현 대표에게 누진제 개선이란 선물까지 줬습니다.

[이정현/새누리당 신임 대표 (어제) : 이렇게 폭염 속에서 전기 누진세 관련해서 황급하게 처리해야 할 그런 현안들이 꽉 차있고…]

[박근혜 대통령/청와대·새누리당 신임 지도부 오찬 (어제) : 당과 잘 협의를 해서 조만간에 방안을 국민에게 발표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첫 만남에서 나름의 성과를 낸 것은 이 대표 특유의 화법 덕분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그래서 어제 오찬에서 나온 발언을 꼼꼼히 분석을 해봤는데, 제가 찾아낸 이정현식 화법은 이겁니다.

네, 선통후민. 대통령을 앞세우고 민심을 뒤에 전한다는 뜻입니다.

이 대표는 당의 요구나 민심을 전달할 때 "대통령께서 판단하실 문제이지만"이란 전제를 깔고, 간접화법으로 요구 사항을 전달했습니다.

[이정현/새누리당 신임 대표 (어제) : 오늘 대통령님 뵌 김에… 대통령께서 여러 가지 국정 전반에 대해서 다 가지고 이렇게 판단을 하실 문제이긴 하지마는 우리 대통령님이 이끄시는 이 정부가 꼭 성공을 할 수 있도록…]

네, 어떤 발언을 하든 "대통령"이란 말이 거의 빠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대통령을 앞세우고 민심을 뒤에 붙이는 '선통후민' 화법은 이정현 대표가 13년간 '박근혜의 입'으로 일하면서 체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걱정되는 부분도 많습니다. '선통후민'식 화법은 자칫 대통령이 듣고 싶은 말만 전하는 불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어제 오찬에서 대통령이 불편해하는 우병우 수석 이야기는 전혀 꺼내지 않았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대표는 언론 브리핑에서까지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 등을 말하는 데 적지않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정현/새누리당 신임 대표 (어제) : 제가 박근혜 대통령께 느끼는 정치인으로서 하나 본받고 싶은 것은 일관성입니다. 국가, 국민 그거 말고 다른 거 생각하고 계시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의…]

종합해보면 이정현식 화법의 유일한 키워드는 '대통령'인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인데, 이 대표가 취임 첫날 했던 이 발언 때문에 논란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정현/새누리당 신임 대표 (지난 10일) : 대통령과 맞서고 정부와 맞서는 것이 마치 정의이고 그게 다인 것처럼 하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면 나는 그건 여당 소속 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발언은 소속 의원들에게 '대통령 중심'이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대통령과 치열하게 맞섰던 어떤 여당 의원이 문득 떠오릅니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전 대표 (2010년 6월 29일) : 세종시 문제는 미래의 문제입니다. 우리 정치가 극한투쟁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미래로 가려면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지킨다는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2010년 6월 29일.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했던 당시 박근혜 의원의 발언입니다.

당시 이정현 의원도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친박계가 이명박 대통령과 맞서며 세종시 원안을 고수한 것은 훗날 나름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대통령에 맞서지 말라"는 가이드라인부터 제시하자, 이런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CBS 김현정의 뉴스쇼 (어제) : (이정현 대표가 '대통령과 맞서는 게 정의인가?' 이런 말했습니다.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이 얘기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 거죠. 대통령이라고 무조건 맞서지 않으면 그건 정의가 아니고 굴종이죠, 굴종.]

자, 오늘은 시 한 편으로 발제 내용을 정리하겠습니다. 정치가 시를 만났을 때~

권혁웅 시인의 '호구'라는 시입니다. '대통령의 입'을 자처하는 이정현식 화법이 꼭 저런 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입을 봉해서, 입술 채로 대통령에게 배달하고 싶은 마음 말입니다.

그런데 국민들은 호구가 아닙니다. 어제 박 대통령이 오찬에서 "할매 쫌"이란 유머를 했다는데, 국민들은 잘못된 사안에 대해 "대통령님 쫌"이라며 막아설 수 있는 당당한 여당 대표를 바라고 있습니다.

오늘 여당 기사 제목은 이렇게 정하겠습니다. < 소통과 불통 사이…이정현식 화법 논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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