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대권행보'를 이어왔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열린 부산 대의원 대회에 '깜짝' 방문했다.
부산 지역 대의원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었지만 당대표 및 부문별 최고위원 후보자들, 그리고 부산 지역 대의원 등 모두 600여명이 뜨거운 호응으로 그를 맞았다. 마치 '문재인 팬클럽'을 연상케할 정도였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부산 해운대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리는 부산 지역 대의원 대회에 참석했다. 새로 부산시당위원장으로 추대된 최인호 의원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문 전 대표는 행사 20분 전 도착했다. 문 전 대표를 발견한 수많은 대의원들이 주변으로 몰려들면서 일대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조용한 행보를 이어왔던 문 전 대표는 오랜만에 자신에게 몰려든 인파가 그다지 싫지 않은 듯, 함박웃음을 머금은 채 일일이 대의원들의 손을 맞잡았다.
문 전 대표는 당권주자들 중 추미애 후보와 가장 먼저 마주했다. 추 후보는 문 전 대표를 향해 "대의원님 인사드립니다. 한 표 부탁드립니다"라고 농을 던졌고, 이에 문 전 대표는 추 후보를 힘차게 껴안으며 화답했다. 추 후보는 지난 해 문 전 대표 시절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인연이 있다.
역시 문 전 대표 체제에서 혁신위원장을 맡으며 함께 호흡을 맞췄던 김상곤 후보도 문 전 대표에게 다가가 "호남을 잘 지키겠습니다. 약속하겠습니다"라고 인사하며 두 번의 악수를 나눴다.
원내대표 시절 '당무거부'로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웠던 이종걸 후보도 이곳에서만큼은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반갑게 문 전 대표를 맞았다.
유은혜 여성최고위원 후보는 "저도 왔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그는 지난 해 당 대변인을 지냈다. 장경태, 이동학, 김병관 청년최고위원 후보도 문 전 대표와 인사를 나눴다. 장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를 보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들 모두 문 전 대표의 대선후보 시절, 혹은 당대표 시절 인연을 맺은 인사들이다.
최인호 의원은 신임 부산시당위원장으로 추대된 뒤 연설에서 "문 전 대표를 유력한 당 후보로 생각하십니까"라며 "문 전 대표가 다음에 대통령 후보가 되면 여러분들은 똘똘 뭉쳐 이 곳 부산에서 51%이상 득표하도록 많이 도와주시겠습니까"라고 외치기도 했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뒤, 문 전 대표는 행사장 한 켠에 마련된 대기실을 향했다. 여기에는 김상곤 후보를 비롯 양향자 여성최고위원 후보, 김병관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배석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문 전 대표가 김상곤 후보 옆 자리에 앉은 모습에,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김 후보를 내심 지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지금 우리당은 변화도 필요하고 단합도 필요하고 확장도 필요하다. 그 힘들을 모아서 정권교체를 해내야 한다"며 "어떤 지도부가 바람직한지 아마 우리 당원들이 현명하게 선택해줄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문 전 대표는 이후 당대표 후보 좌석 바로 뒷자리에 착석해 모든 후보들의 합동연설을 끝까지 경청했다.
이에 '문심(文心)' 경쟁은 더욱 격화됐다. 비주류 이종걸 후보마저도 문 전 대표의 참석을 의식할 정도였다. 당 대표로 선출되기 위해선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무현·친문재인계의 지지가 필수적이란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각 후보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득표에 열을 올렸다.
김상곤 후보는 "솔직히 이야기하겠다. 저는 광주에서 '친문(親文)이 아니면 찍어주겠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며 자신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우리가 정권교체를 확실히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강력한 대선주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추미애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온다"며 "힘을 하나로 모아 통합의 힘으로 3기 민주주의 정부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는 사이 그 분은 우리 곁을 떠났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비주류 대표 격인 이종걸 후보마저 이 자리에선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승리의 드라마를 함께 겪은 역사적 주체"라며 "당시 수행실장이 돼 이곳의 선대위원장을 한 문 전 대표도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