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집에 같이 살면서도 아버지가 사망해 부패할 때까지 몰랐던 가족들이 있다면 믿어지실지 모르겠는데요. 부산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가족간 심각한 소통 부재가 문제였습니다.
구석찬 기자입니다.
[기자]
다섯 식구가 같이 사는 단독주택에서 가장 65살 이 모 씨의 부패한 시신이 발견된 건 어제(9일) 오후 6시 20분쯤.
이 씨의 부인이 남편의 방문 앞에 갔다가 평소와 다른 악취가 나자 무서운 마음에 친오빠를 불러 확인했던 겁니다.
시신 상태를 본 경찰은 숨진 지 한 달 가량 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방치된 가장의 주검은 가족간 대화단절에서 비롯됐습니다.
이 씨와 아들은 서로 마주보는 방에서 살았고 부인과 두 딸은 이 씨의 술버릇 등으로 아예 다른 문으로 출입해 왔습니다.
[경찰 관계자 : 남편이 가족들을 안 좋아하고 폭언과 폭행도 자주 했다고 합니다.]
식사 때가 되면 딸들이 아버지 방 앞에 밥상을 차려놓았지만 얼마 전 120살까지 장수하겠다며 금식을 선언했던 터라 음식이 그대로여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옆방을 쓴 아들은 심한 당뇨병으로 눈이 보이지 않아 방에만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씨 부인 : 아들도 아버지 죽은 것 모른다는 거야. 충격 받았어요.]
경찰은 타살 혐의는 낮아 보이지만 신고가 늦은 점을 집중 추궁하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