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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한국선 그래도 된다?…성접대·뇌물이면 수입차 인증 'OK'

입력 2016-08-10 21:41 수정 2016-08-10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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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 회사는 프랑스 회사고 점장도 프랑스인인데 왜 노조를 거부하는 걸까요?]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지난해 말 방영한 JTBC 드라마 '송곳'에 나온 대사입니다. 한국이라서 부당 대우와 불법이 가능하다는 이 대사가 최근 많은 사람들 입에 다시 오르내렸습니다. 옥시가 제대로 된 검사 없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판매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지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환경부는 지난 2일 신차의 시험 성적서를 위조한 폭스바겐과 아우디 차량 8만여 대에 대해 인증 취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배출가스 조작이 아닌 인증 서류 조작은 역시, 폭스바겐이 진출한 세계 시장에서 오직 한국에서만 벌어졌습니다.

오늘(10일) 탐사플러스에선 허술한 국내 법규와 이를 악용하는 공무원, 그리고 그 틈을 비집고 비리에 가담하는 글로벌 기업의 실태와 대안을 들여다봤습니다.

먼저 윤샘이나 기자입니다.

[기자]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산하에 있는 '교통환경연구소'입니다.

주차장에 각종 수입차들이 즐비합니다.

국내 판매를 위해 인증을 기다리는 겁니다.

배출가스와 소음 발생이 국내 기준에 맞는지 측정한 시험 성적서를 이곳에 제출해 검증받아야 합니다.

지난 2일 환경부가 인증을 취소한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32개 모델, 8만3000여대의 위조된 성적서도 모두 이곳을 거쳐갔습니다.

[홍동곤 과장/환경부 교통환경과 : 서류 조작은 명백한 위법이기 때문에 인증 자체를 뒤흔드는 사안으로서 인증 취소가 당연하다는 지적을 했습니다.]

폭스바겐이 해당 차종들의 성적서를 위조한 이유는 뭘까.

지난 2013년 신차 인증을 받고 국내에 들여온 아우디 A7의 소음 시험성적서입니다.

당초 2011년 독일에서 A6 차량으로 인증받은 성적서를 위조해 A7으로 차종 이름만 바꾼 겁니다.

교통환경연구소 측은 폭스바겐이 신차를 출시할 때 걸리는 검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서류를 위조했다고 말합니다.

[교통환경연구소 관계자 : 정말 비상식적인 행동을 한 건데 최저 늦어도 (검사가) 한 달인데 그걸 빨리하기 위해서 불법을 저지른 것이거든요.]

수입체 업체들은 인증 기간이 짧아져야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호근 교수/대덕대 자동차학과 : 수익이 워낙 크니까, 차량 출시 시기와 그 시기에 맞물려서 타이밍이 있거든, 다른 회사보다 훨씬 일찍 차를 출시해서 고객을 끌어모은다든지…]

그렇다면 이렇게 위조된 서류들이 당국 감시망을 대거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국내의 허술한 인증 시스템 때문입니다.

업체들이 자율적 시험을 통해 작성한 성적서를 제출하면, 교통환경연구소는 이 중에서 3%만 직접 검증에 나섭니다.

[수입차 인증 관계자 : 형식적으로 서류를 보면서 제출을 하고 테스트해서 합격되는 차를 형식적으로 검사하죠. 그렇게 하니까 당연히 합격할 수밖에 없는 거죠.]

연구소에서 수입차의 배출가스와 소음 성적서 인증을 담당하는 연구원도 고작 한 명 뿐입니다.

검사 체계가 구조적으로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교통환경연구소 관계자 : (제가) 전체를 담당하니까요. (업체가) 자체 성적서 제출하면 적절한지 보고 인증을 내주는 시스템이지. 그것 자체를 조작해버리면 알 수가 없죠.]

나아가 폭스바겐이 2013년 연구소에 제출한 위조 시험성적서를 보면, 차량 이름은 바꿨지만 시험 날짜는 원본에 기록된 2011년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연구소에선 2년 전 작성된 성적서라는 것도 알지 못한 겁니다.

이런 허술한 검사 제도는 수입차 업체들과 담당 공무원의 은밀한 유착으로 이어집니다.

지난해 6월, 수입차 인증을 담당한 교통환경연구소 6급 연구원 황모씨가 업체 직원의 차를 타고 연구소를 나섭니다.

이들이 향한 곳은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

황씨는 이곳에서 술과 함께 성접대까지 받다가 결국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황씨는 2009년부터 연구소에서 수입차 인증 업무를 맡으며 수십차례에 걸쳐 10여곳의 업체들로부터 각종 뇌물과 향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올 초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황씨는 향응을 받는 날까지 업체의 인증서 발급을 미루는가 하면, 3200만 원대 수입차를 1000만 원이나 싸게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최근엔 황씨가 재직하던 기간에 폭스바겐의 위조 성적서가 대거 인증된 사실이 확인돼, 검찰이 참고인 조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증 서류 조작이 비단 폭스바겐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구멍 뚫린 제도와 이를 악용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불법적인 사업 관행에 대한 전면적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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