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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뜸 일반인 교육 적법 판결'…한의계에 영향은?

입력 2016-08-10 16:20

'침·뜸' 한의원을 찾지 않고도 집에서 가능해
'민간요법 경험방 전수' vs '환자 위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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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뜸' 한의원을 찾지 않고도 집에서 가능해
'민간요법 경험방 전수' vs '환자 위해 가능성'

'침·뜸 일반인 교육 적법 판결'…한의계에 영향은?


구당(灸堂) 김남수 옹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침(鍼)·뜸(灸) 교육이 온·오프라인상에서 모두 가능해짐에 따라 한의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김 옹이 "평생교육원을 설치해 일반 사람에게 오프라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서울동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반려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 김 옹측 손을 들어줬다.(관련기사 뉴시스 8월10일자. 대법 "침·뜸 오프라인 교육, 의료법 위반 단정할 수 없어")

대법원이 지난 2011년 김옹의 인터넷 침·뜸 학습센터를 통한 온라인 교육을 허가한데 이어 오프라인상의 교육에 대해서도 합법화의 길을 터준 것이다.

6년간의 까다로운 정규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하고 국가고시에 합격한 한의사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해온 침·뜸 시술이 일반인도 3~6개월간 학습만 하면 가능해지면서 관련 치료나 시장에는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우선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김옹이 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정통침구학회는 정통침뜸평생교육원을 두고 일반인을 상대로 기본과정·본과정·전문과정으로 구분된 교육을 정식으로 실시할 수 있게 됐다.

김옹이 가르치는 경혈학, 진단학, 처방학 등의 과목은 한의과대학 정규교과로 편성돼 있고 침·뜸은 의료법에 의한 대학의 정규교육과정으로 개설된 과목이다. 한의학 교육과정에서도 침, 뜸과 관련된 교육은 전 교육과정의 4분의1을 차지할 만큼 비중있게 다룬다.

이런 전문적인 교육이 평생교육시설의 교습과정으로도 이뤄짐에 따라 교육 기회의 문턱이 낮아지고 일반인의 시술 접근성은 높아질 전망이다.

이는 곧 침·뜸과 같은 의료행위가 한의원을 찾지 않고도 집에서도 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뜸이나 침시술을 본인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일반인의 침·뜸 시술이 보편화되면 침구사 등의 침술, 뜸 등과 같은 민간요법에 관한 경험방이 중국 등 외국처럼 계속 전수될 수 있고 과학적 근거에 관한 연구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들어 일반인의 침·뜸 시술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한의계가 기득권 유지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인술을 펼친다'는 본래의 사명에 입각해 근본적으로 인식을 바꿔야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의계에서는 고난이도 한방의료행위인 침·뜸 시술의 자율화에 대해 부작용 등을 염려한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침 또는 뜸 시술을 위해서는 진단과 변증, 치료방법의 선택 등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한의학 전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위한 교육 및 검증제도가 한의과대학과 한의사면허제도라는 것이다.

특히 뜸 시술의 경우, 환자에게 2도 이상의 화상을 입힐 가능성이 상존하고 당뇨 등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에겐 화상으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때문에 한의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임의로 시술이 이뤄지면 자칫 환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위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한의학 전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일반인의 시술은 매우 위험한 의료행위라는게 한의협의 설명이다.

한의협은 "인체에 대한 해부와 병리, 생리 등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체계적인 교육, 충분한 실습없이 침·뜸을 시술한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무면허 의료행위자에 의한 약간의 부작용도 존엄과 가치를 지닌 인간에게는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반인에 의한 침·뜸 시술의 오남용도 한의계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침이나 뜸 시술은 첩약이나 추나, 부항 등과 같은 한방의료행위의 일부로 누구에게나 어느 질환에나 뜸 시술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 무분별하게 시술하는 건 위험하다고 한의협은 지적했다.

특히 지나친 뜸시술이 환자의 혈액순환을 저해하고 사람을 마르게 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한의사가 시술 여부나 횟수 등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의계는 일반인에 의한 침·뜸 교육과 시술이 확산되더라도 의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의원을 찾는 환자는 매년 늘고 있고 침·뜸은 원래 기본적으로 환자들의 수요가 많았던 만큼 한의원에 대한 신뢰도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이유다.

한의협 관계자는 "국민들이 무면허 의료행위가 나쁘다는 것에 대해 많이 인식을 하고 있고 침이나 뜸은 한의원에서 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한의사가 앞으로 더 어려워진다고 보진 않는다"면서 "오히려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해 국민건강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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