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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년 만의 일왕 조기 퇴위…풀어야 할 과제 산적

입력 2016-08-08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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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년 만의 일왕 조기 퇴위…풀어야 할 과제 산적


200여년 만의 일왕 조기 퇴위…풀어야 할 과제 산적


아키히토(明仁·82) 일왕이 8일 생전퇴위 의향을 담은 대국민 메시지 발표함에 따라 1817년 이후 약 200년 만에 일왕의 조기 퇴위를 위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날 오후 3시 일본 궁내청은 아키히토 일왕이 전날 일왕의 거처인 도쿄 '황거'(皇居·왕궁)에서 사전 녹화한 10분 가량의 동영상을 일본 언론과 궁내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동영상에서 아키히토는 검은색 정장을 단정히 차려입고 자신이 직접 작성한 원고를 양손으로 들고 읽어내려나갔다.

그는 "점차 진행된 신체적 쇠약을 고려할 때 몸과 마음을 다해 상징적 의무를 다하는 것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며 생전퇴위 의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그가 직접적으로 '퇴위'를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일본 헌법상 일왕은 '상징적' 존재이기 때문에 정치적 언급을 하면 위헌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03년과 2012년 2번에 걸친 외과수술과 고령으로 인한 체력 저하를 언급하면서 왕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어려워질 경우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아키히토는 고령으로 공무를 다하지 못할 경우 일본 정부가 제안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우선 고령을 이유로 공무를 줄이는 방법은 전국 각지를 방문하며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등의 일왕의 공무의 중요성을 들어 이를 축소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현행 왕실법에서 허용하는 섭정에 대해서도 "왕이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채 평생 왕으로 지내다 종말(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더해 국민들과 자신의 가족을 고려했을 때에도 왕의 조기퇴위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왕의 사망과 동시에 왕위가 계승되는 현 제도에서는 왕이 건강을 해치면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 장례식과 즉위가 동시에 진행되면 유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헌법 하에 왕은 국정에 관한 기능을 갖고 있지 않다"라고 거듭 밝히며 상징적 존재로서의 일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상징적(존재로서의) 일왕의 의무가 항상 끊이지 않고 안정적으로 진행되기를 원한다"며 대국민 메시지 발표를 마무리했다.

아키히토 일왕이 생전퇴위 의사를 표명하는 방송이 나간지 약 20분 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단에게 "국민에 대한 국왕의 발언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왕의 공무 수행 등에 대해 "국왕의 연령이나 공무 부담 등을 감안해 어떤 방법이 가능한지 확실히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향후 일본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왕의 생전퇴위를 금지하고 있는 현재의 헌법과 왕실법인 황실전범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전 퇴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퇴위 제도를 신설함과 동시에 새 연호를 만들고 퇴위한 일왕의 호칭 및 주거지 등을 정해야 하는 등 크고 작은 과제가 있다고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은 보도했다.

연호를 사용하는 일본의 연호법에 의하면 "연호는 왕위 계승이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고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생전퇴위가 실현되면 이 법 조항도 바꿔야 한다.

퇴위 후의 왕의 호칭이나 역할에 대한 법 정비도 필요하다. 일본 역사상 퇴위한 일왕은 태상천황이나 상황, 법황 등의 호칭으로 불린 바 있지만 "왕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느낌을 줘 현대에 걸맞지 않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나오고 있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지통신은 설명했다.

또 현 왕실법은 후계자를 "왕세자인 왕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아키히토의 퇴위가 실현되면, 일왕의 장남 나루히토(德仁·56) 왕세자가 일왕으로 즉위한다. 그러나 나루히토는 아들이 없어 그의 동생인 후미히토(文仁) 왕자의 아들 히사히토(悠仁·10)가 나루히토 왕세자에 이어 왕위를 계승하게 된다. 그러나 현 왕실법에는 왕세자의 남동생에 대한 규정이 없어 후미히토에 대한 호칭이나 역할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또 일본은 왕의 생일을 공휴일로 정하고 있어, 나루히토 왕세자의 생일인 2월 23일이 새로운 공휴일로 지정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현재 아키히토 일왕 생일(12월 23일)의 공휴일 처리 여부 등도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왕이 생전퇴위를 한 것은 200여년 전 에도(江戶)시대 후반기인 1817년 고가쿠(光格) 일왕(1780∼1817년 재위)이 마지막이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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