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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앞날은?…'밀어부치는 정부 vs 의사들 반대 고수'

입력 2016-08-0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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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앞날은?…'밀어부치는 정부 vs 의사들 반대 고수'


정부가 원격의료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사업의 한 축인 의사단체가 강력 반대함에 따라 시행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원격의료는 의료기관에 직접 가기 힘든 환자들이 병·의원에 가지 않고도 의사의 진료·자문을 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다. 의사와 환자 또는 의사와 의료인간 이뤄진다.

현행법상 의사와 의료인간 원격자문만 허용하기 때문에 반쪽짜리나 다름없어 정부는 의사와 환자사이에서도 가능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도서벽지·GP·원양선박 등 특수지역 ▲노인요양시설 ▲장애인 재활시설 등을 중심으로 원격의료사업을 시범시행한 결과 환자의 자기관리능력과 편의성 등이 제고됐다는 점을 들어 사업 타당성이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실제로 2015년 시범사업에 참여한 만성질환자들의 서비스 만족도는 도서벽지 주민 83.0%, 노인요양시설 거주자 87.9%로 나타났고 복약순응도(환자가 의료진의 처방에 맞게 약을 복용하는 정도) 역시 6점 만점중 5.1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2013년 강원도에서 시행한 시범사업에서도 원격의료를 이용한 만성질환자들의 의료기관 이용시간은 평균 183.8분에서 50.3분으로 단축됐고 의료비는 건당 2만3759원을 절감할 수 있어 연간 6억6300만원의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분석했다.

정부는 2000년 강원도 16개 농어촌 시군을 시작으로 교도소, 격오지 군부대, 산간·도서지역, 노인요양시설, 원양선박 등에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16년에 걸쳐 철저히 준비하고 효과가 입증된 만큼 신뢰할 만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의사단체들은 2년전 집단휴진을 벌인 이후에도 줄곧 거센 반발로 원격의료 시행을 막고 있다.

의료계는 원격의료 도입으로 대형병원과 IT기업을 소유한 대기업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원격의료에 필요한 기기 등의 비용 등으로 의료비가 폭등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경증의 만성질환자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해져 동네의원은 줄줄이 도산하고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해킹 위험, 환자 의료정보유출 등 보안이 취약하고 기술적 안전성이 미흡해 불안한데다 비대면 진료나 기기적 오류 등으로 인한 오진 가능성을 원격의료의 한계로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대해 51개 항목의 보안기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기술평가 등을 통해 보완하고 식약처 인증을 받은 의료기기만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사전에 대면진료를 시행한 경우에만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환자들은 가정용 혈압·혈당계나 스마트폰, PC 등을 활용하며 서비스 비용도 건강보험에 적용되기 때문에 의료비 폭등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특히 원격의료를 동네의원 중심으로만 허용하면 물리적, 신체적으로 병원 방문이 힘든 경증환자나 만성질환자들은 동네의원을 더 자주 찾게 되고 대형병원에서의 원격의료는 수술후 신체에 부착된 의료기기 작동 상태를 점검하거나 법률로 군대, 교도소 등 반드시 필요한 진료로만 제한해 오히려 원격의료가 대형병원과 차별화된 동네병원의 핵심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낙관한다.

이처럼 의료계와 정부간 타협점을 찾는게 쉽지 않아 원격의료의 앞날은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원격의료를 둘러싼 논란을 경제적 관점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다수의 동네의사들이 원격의료 도입을 반대하는 만큼 개원의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명확히 제시하면 갈등이 풀릴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2013년 분당서울대병원은 성남시 의사회와 원격의료에 관한 비즈니스모델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분당서울대병원은 만성질환자가 많이 몰리자 이들을 관리할 파트너를 동네병원으로 삼고 동네병원에 분당서울대병원의 환자를 보내주기로 제안했다.

예를 들면 큰 수술이나 검사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시행하고 간단한 검진은 동네병원에서 하는 식으로 역할을 서로 분담하면 개원의 입장에서도 대형병원의 환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에 득이 된다.

그러나 당시 정부가 원격의료를 발표하자 전체 의료계가 반대 운동을 펼치면서 무산됐다. 지금도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를 동네병원의 경제적 문제로 풀 사안은 아니다"라며 반대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치적 해법으로 풀어야한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정부와 의료계간 입장차가 팽팽한 만큼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원격의료를 둘러싼 갈등을 풀어야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여당은 의료산업화 논리로 원격의료를 지지하는 반면, 야당은 의료민영화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원격의료 논쟁이 정치적 이슈로 변질되면서 정치권으로 옮겨간 만큼 국회 차원에서 환자와 국민에게 무엇이 더 도움이 되는지를 가치 판단의 최우선으로 두고 원격의료를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 됐다. 이미 보건복지부는 19대 국회에 제출했다가 회기 종료로 자동폐기된 의료법 개정안을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재제출한 상태다.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는 "이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보고 정치권이 해결해주길 바라기보다 정부와 의사협회가 먼저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정부와 의료계가 협의를 통해 합의안을 마련함으로써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여건이나 기반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의사협회 관계자는 "원격의료에 대한 협회 차원의 입장은 기존과 동일하다. 앞으로도 입장 변화는 크게 없을 것"이라며 "19대 국회에서도 정치권이 반대한 만큼 20대 국회에서도 정치권에서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정부가 정치적인 논리로 원격의료를 추진하기보다 차라리 의료소수자들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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