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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 유도에 외면…수렁에 빠지는 국산 게임업체들

입력 2016-08-0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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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 한때 위기를 겪었던 닌텐도의 부활이었는데요. 그러면서 나온 얘기가 '우리 게임업체는?'이었습니다. 탐사플러스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김태영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PC방입니다.

학원을 마치고 들른 초등학생들로 붐빕니다.

무슨 게임을 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초등학생 : (오버 워치 말고 뭐 해?) 피파 월드컵, 롤이요. 국산 게임 잘 안 해요.]

취재진이 일대 PC방 10곳을 돌아봤지만 국산 게임을 하는 초등학생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이유를 물었습니다.

[초등학생 : (국산 게임은) 현질을 많이 해야 해서. (현질 얼마나 많이 해?) 30만원, 40만원 정도까지…]

'현질'은 현금을 주고서 게임 아이템을 사는 행위를 말합니다.

대표적인 유형으로 '랜덤 박스' 구매라는 게 있습니다.

현금을 내고 '랜덤 박스'를 구입하면 확률에 따라 고가의 아이템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상당수의 국산 게임에서 이 같은 현질이 이뤄지면서 사행성 논란과 함께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공무원 준비생인 25살 최모씨는 한때 게임으로 수백만원을 썼습니다.

[최모 씨/공무원 준비생 : 액세서리가 무기인데 무조건 현금으로 사야 해요. 그거 없으면 게임을 못하게 하는 구조라서. 모든 게임 하면 거의 한 400만원.]

과도한 지출은 범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지난 달 말 30대 중국 동포 남성이 만취 상태에서 운전해 게임 업체인 넥슨 본사로 돌진했습니다.

온라인 게임에 빠진 자신이 후회된다며 저지른 짓입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잇따라 발생한 아동학대 범죄의 부모들 역시 대부분 게임에 빠져 있었습니다.

이렇게 소비자들의 추가 지출을 유도하는 게임 구조 때문에 이용자 외면을 부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성완 교수/부산게임아카데미 : 이용자들도 식상한 정도가 아닌 너무 과하게 수익모델이 들어있는 게임들에 대한 반감을 가지는 경우도 생기고…]

그렇다면 해외 게임은 어떨까.

미국 온라인 게임 오버워치는 출시 두 달 만에 국내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했습니다.

포켓몬 고는 정식 출시도 안됐지만 내려받기 횟수가 100만 건을 넘었습니다.

두 게임의 공통점은 현질을 안 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겁니다.

[벤 브로드/블리자드 수석 게임 디자이너 :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정말 재밌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것입니다.]

'게임 강국'을 자처하던 우리 업계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취재진은 대형 게임회사 내부 관계자들 얘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김모 씨/A게임회사 개발자 : 돈벌이에 급급하다고 해야 하나. 큰돈을 벌었다고 하더라 그러면 큰 회사들은 다 이것처럼 만들자고 권유를 하거든요. 대체로 획일화되어가는 것 같아요.]

[이모 씨/B 게임회사 개발자 : 실패한 팀에 대해서는 바로 컷오프를 쳐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우리는 왜 망했냐, 이런 얘기는 별로 안 해요. 그러다 보니까 실패한 거는 빠르게 잊히고…]

[최모 씨/C 게임회사 개발자 : (한국식 확률형 아이템은) 세련되지가 않다는 거죠. 조미료가 음식에 얼마나 들어가야 맛있는데 얼마 넣는지 모르니까 숟가락으로 넣는…]

이런 현실에서 경쟁력 있는 게임이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지난달 말 넥슨의 '서든어택2'는 출시 한달도 안돼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선정성 논란 속에서 전작과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재홍 회장/한국게임학회 (숭실대 교수) : 획기적인 기술력이 첨가된다든가 해야 되는데 기존에 있는 스토리라인 갖고 캐릭터만 바꾼다 해서 유저들이 즐거워 할 것이냐? 그건 아니다.]

수익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행성을 조장하는 요소까지 겹치면서 국산 게임 전반이 늪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기자 : 김태영 / 취재작가 : 김진주 / 인턴기자 : 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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