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업계가 게임을 개발할 때 재미보다는 수익성을 추구하게 된 관행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요? 대형 업체들은 개발에 무관심해졌고, 소규모 회사들은 대형사 입맛에 맞는 게임을 만들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계속해서 김태영 기자입니다.
[기자]
[김정주 대표/NXC(지난달) : 모든 조사 과정을 성실하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정주 넥슨 창업주는 대학 동기인 진경준 검사장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넥슨 재팬의 등기 이사직도 내려놨습니다.
벤처 1세대 신화로 불리던 김 창업주가 넥슨 설립 20년 만에 물러난 모습은 명예롭지 못했고 넥슨에도 악재가 됐습니다.
[위정현 소장/콘텐츠경영연구소(중앙대 교수) : 제품 개발 이것보다는 주로 M&A 같은 머니게임으로 넥슨이 치달았고. 결과적으로 머니게임을 더 넘어가서 이런 정경유착적인 행태를 보임으로써 넥슨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넥슨 뿐이 아닙니다.
게임 업계 전반의 낡은 관행이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벤처로 시작해 규모를 키운 대형 업체들은 개발보다는 성공한 게임사의 인수와 대신 마케팅을 하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김환민 사무국장/게임개발자연대 : 대기업들은 퍼블리셔로 전환을 하고 있고요. 개발사들은 전부 다 아래 자회사 혹은 아니면 계약하는 형식으로 빼고 있습니다. OOO 경우에는 본사에 사실상 개발팀이 없어요.]
자회사나 소규모 개발 업체가 게임을 개발하면 이를 마케팅하는 이른바 '퍼블리싱' 사업에 초점을 둔 겁니다.
그러나 소규모 업체들 역시 새로운 게임 개발이 쉽진 않습니다.
[김성완 교수/부산게임아카데미 : 국내를 대표하는 모바일 게임 플랫폼인 카카오 같은 경우 입점하기 위한 요구들이 까다롭고 정해진 비즈니스 모델의 틀에 맞춰야…]
특히 중소 업체들은 일부 대기업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최경빈/게임개발업자 : 워낙 시장 자체가 퍼블리싱 없이는, 마케팅 파워 없이는 작은 규모의 게임사들이 게임성으로만 올라가기에는 운도 많이 따라줘야 하고…]
결국 대형 업체들 입맛에 맞는 게임을 개발해야 살아남는 하청과 유사한 사업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게임이 성공하더라도 수익을 제대로 보장받기 어렵다고 합니다.
[김환민 사무국장/게임개발자연대 : 매출이 100억이 나왔다고 해도 매출이 4억 9000만 원이 되는 상황인 거죠. 개발사가 개발사 자체로 성장하기보다는 개발자가 결국 퍼블리셔 내부에 종속되는 과정으로써…]
이러한 구조가 게임 산업 전반의 위기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해외 게임 2개의 점유율은 절반이 넘습니다.
모바일 게임 역시 매출 순위에서 중국 등 해외 게임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포켓몬 고 열풍에 대응하기 위해 차세대 게임산업 육성에 99억 원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재홍 회장/한국게임학회(숭실대 교수) : 현실에 안주해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글로벌 세계의 주도권을 위해서 획기적인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나갈 의지력도 없었지 않았나…]
특히 게임 강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선 수익성 위주의 개발 관행과 하청처럼 얽혀 있는 생태계를 격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