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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밀양 우려" 삼각동 송전탑 17개월만에 해결

입력 2016-08-03 13:23

1단계 사업비 40억원 한전·시·사업자 분담 합의
학습·건강권 고려 100여 차례 간담회, 상생 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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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사업비 40억원 한전·시·사업자 분담 합의
학습·건강권 고려 100여 차례 간담회, 상생 도출

"제2의 밀양 우려" 삼각동 송전탑 17개월만에 해결


"제2의 밀양 우려" 삼각동 송전탑 17개월만에 해결


'제2의 밀양사건'으로까지 우려됐던 광주 삼각동 고압송전탑 문제가 17개월 만에 해결됐다. 한국전력과 광주시, 인근 아파트사업자가 사업비를 분담해 고압선로 지중화에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이로써 전국에서 유일하게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50m 이내, 절대정화구역에 설치됐던 국제고 고압 송전탑은 숱한 논란 끝에 사라지게 됐고 학생들은 학습권과 건강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광주시는 3일 "지난 1년5개월 동안 갈등을 빚어온 북구 삼각동 국제고 인근 고압송전선로를 2단계에 걸쳐 지중화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시와 북구청, 국제고, 전남여상, 아파트 사업시행자인 에쓰이앤씨(유)는 최근 국제고 인근 고압지중화 사업비 분담에 대한 최종 협약서에 서명했다.

협약서에는 국제고 정문에서 삼각초 입구까지 이어지는 210m 구간의 고압(15만4000볼트, 154kv)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비 40억원 중 20억원(50%)은 한전이 부담하고, 시가 13억3000만원(33.3%), 아파트 사업자가 나머지 6억7000만원(16.7%)을 분담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삼각초교 이후 지중화 사업은 광주시 중장기 계획에 반영해 2단계로 추진키로 했다. 협약의 효력은 아파트 사업자가 분담금 보증증권을 시에 제출한 8월2일부터 발생했다고 시는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7년 '전자파에 대한 단기간 고노출은 발암 요인이 분명하다'고 밝힌 바 있고, 2009~2010년 대한전기학회가 한전의 의뢰를 받아 시행한 '가공 송전선로 전자계 노출량 조사 연구보고서'에는 송전선로의 경우 765kv는 80m, 345kv는 40m, 154kv는 20m 이내에는 전자파에 상시 노출된다'고 명시돼 있다.

문제의 송전탑은 높이만 30m에 이르는 거대한 구조물로, 시가 1종 주거지역을 2종으로 종상향까지 해가며 사업자 측에 유리하게 용도변경을 해주고, 도시계획 변경 등으로 송전탑과 급식소 간 거리(인공위성 사진 기준) 거리가 42m에서 10여m로 줄어들 위기에 처하면서 집단 반발의 빌미가 됐다.

국제고가 초고압선 50m 이내에 위치한 전국 69개 초·중·고 가운데 한 곳이고 광주에서는 삼각초교와 더불어 유이(有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발은 겁잡을 수 없이 커졌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2003년 고압 송전선로 전자파를 인체 발암 가능물질을 뜻하는 '그룹 2B'로 지정했고, 전력업체나 변전소 종업원의 백혈병이나 암 발병률이 2.7∼3.8배 높다는 보고서도 적잖다며 송전탑의 지중화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직접 작성한 1304통의 손편지를 윤장현 시장에게 건네며 "고압전선을 땅 밑으로 지중화해 줄 것"을 요구했고, 한 여학생은 "지금은 모르지만, 불임과 기형아 임신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북구 주민과 교육연대, 학부모와 학생 등을 중심으로 '고압 송전탑 지중화 추진위원회'가 결성됐고, 밴드와 카페, 1인 시위 등도 연일 이어졌고, 이에 시가 적극 중재에 나서 100여 차례에 걸친 대화와 간담회를 통해 최종 합의에 이르게 됐다.

윤 시장은 "자연과 인간, 또 인간끼리 어울림이 있고 모두가 광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그런 세상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며 "이런 차원에서 시는 모든 일에 대해 결코 피하지 않고 하나의 정부로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박창재 국제고 교장은 "스웨덴을 비롯해 선진국들은 고압 송전탑을 지중화하고 나아가 철거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며, 학생들은 늘 안전한 곳에서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며 "한전과 광주시, 시의회, 사업자, 시민단체 등 교육시설 보호를 위해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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