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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무슬림 막말파문, 표심에 미칠 영향은?

입력 2016-08-0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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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무슬림 막말파문, 표심에 미칠 영향은?


트럼프의 무슬림 막말파문, 표심에 미칠 영향은?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본선 레이스 초입에서 무슬림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미국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자신의 무슬림 입국금지 정책을 비난한 이라크 참전 사망군인의 아버지 키즈르 칸과 연일 공방을 벌이면서 무슬림과 민주당원은 물론 공화당원들까지 당혹케 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트럼프와 칸의 공방이 미국사회의 문화적, 정치적 골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무슬림들을 자극하는 트럼프의 발언이 본선의 표심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보도했다.

◇ "칸으로부터 사악한 공격받았다" vs "트럼프는 검은 영혼"

두 사람 간 비난전은 지난달 2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행한 칸의 연설에서 촉발됐다. 칸은 당시 조그만 헌법 책자를 꺼내 든 뒤 "헌법을 읽어본 적이 있기는 하느냐"면서 트럼프의 인종‧종교 차별을 비난했다.

트럼프가 발끈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다음날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칸의 아내가 말하는 것을 듣고 싶다"고 말한 데 이어 30일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칸의 아내는 그가 연설할 때 옆에 서 있기만 했다. 아마 어떤 발언도 허락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칸의 연설을 "힐러리의 연설문 담당자가 대신 써줬을 것"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이에 대해 칸의 부인인 가잘라 칸은 31일 WP에 기고한 글을 통해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지난 2004년 이라크에서 복무하다 자살폭탄테러로 숨진 아들 후마윤 대위에 대해 이야기하며 "트럼프는 자신이 많은 희생을 했다고 했지만, 그는 희생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고 비난했다.

가잘라는 이번 기고문이 "내 말을 듣고 싶어 하는 트럼프에 대한 나의 답"이라며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세상 모두가, 모든 미국인이 나의 고통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는 이슬람교에 관해 무지하다"며 "만약 그가 진짜 이슬람교와 쿠란을 공부한다면 이슬람이라는 종교와 테러리즘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에 질세라 같은 날 다시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그는 "12년 전 (이라크 전쟁에서) 숨진 '캡틴 칸'은 영웅"이라고 치켜세우면서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그는 "나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캡틴 칸의 아버지) 키즈르 칸으로부터 사악한 공격을 받았다. 나도 대응할 권리가 있지 않느냐. 이라크 전쟁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힐러리이지, 내가 아니다"라며 클린턴에게로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이에 대해 칸은 같은 날 CNN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출연해 트럼프를 '검은 영혼(Black Soul)'이라고 부르며 "동정심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칸은 "트럼프 가족이 그에게 일말의 동정심을 가르쳐주기를 바란다. 한 국가를 통솔하는 데 매우 부적절한 인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트럼프의 멘토 "공격 받으면 압도적 힘으로 반격하라"

트럼프는 평생 동안 뒤로 물러선 법이 없는 사람이다. 그는 무엇이든 맞받아치는 게 장기다. 언론이 아무리 비난을 퍼부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그는 좋은 내용이든 나쁜 내용이든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지난 1월 "내가 (뉴욕 맨해튼) 5번가 한 복판에서 누군가에게 총을 쏘더라도 내 지지자들은 떨어져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자신은 두려움 없이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명성이 더욱 공고해 질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트럼프는 언론을 상대하는 법을 자신이 멘토로 삼았던 변호사 로이 콘(1927∼1986)으로부터 배웠다. 로이 콘은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을 불러일으켰던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6월 20일 콘의 '마지막 프로젝트'는 트럼프였다고 보도했다.

콘은 매카시의 수석보좌관으로 활동하면서 국방부 내 공산주의자 색출 활동을 하는 등 1950년대 미국의 매카시즘 광풍을 일으키는 데 일익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콘은 1960~70년대에는 자신의 고향인 뉴욕에서 마피아 두목이나 돈 많은 유명 인사들을 위한 변론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마의 변호사'로 유명해졌다.

트럼프가 콘을 만난 것은 뉴욕에서 부동산 사업을 막 시작했을 때였다. 열아홉 살 연상의 콘은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럼프의 멘토 노릇을 하기 시작했다. NYT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금도 콘의 사진을 사무실에 걸어 두고 있다. 트럼프는 "로이는 하나의 시대(an era)였으며 그가 죽음으로써 하나의 시대가 사라졌다"며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트럼프가 콘으로부터 배운 언론 대응 원칙은 "공격을 받으면 그보다 훨씬 압도적인 힘으로 반격을 하라"는 것이었다. 트럼프는 콘으로부터 뉴욕 타블로이드 신문들의 헤드라인 주인공으로 오르는 비결을 터득했다. 자신의 애정행각을 떠벌이거나 경쟁 사업가들을 공격하는 자극적인 발언들이 타블로이드 톱기사를 장식하거나 장문의 가십기사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1987년 출간한 '협상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서 "만일 당신이 조금 색다르거나, 조금 터무니없거나, 아니면 대담하고 논쟁적인 일들을 벌인다면, 언론은 당신에 관해 기사를 쓴다"라고 말했다.

지난 6월 16일 트럼프가 대선에 뛰어든 이후 그의 대(對) 언론 전략은 아주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든 경쟁자들이 16명이 됐지만 그는 이들을 제치고 연일 언론의 주목을 받는데 성공했다.

◇ 트럼프, 언론인들 공격하면서 언론주목 받아

트럼프가 언론인을 향해 막말과 조롱을 한 사례는 손가락으로 헤아리기 버거울 정도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선거 유세에서 팔을 덜렁덜렁 흔들면서 장애인 흉내를 냈다. 선천성 관절 만곡증을 앓고 있는 NYT의 세르지 코발레스키 기자를 조롱한 제스처였다.

9.11테러 당시 WP기자로 일하고 있던 코발레스키는 '트럼프가 미국 내 무슬림들이 2001년 9.11 테러 때 환호했다고 말했다'는 요지의 기사를 보도했었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성명을 통해 "우리 소속 기자의 외모를 조롱한 것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또 지난해 8월 폭스뉴스의 여성 앵커 메긴 켈리를 "빔보(bimbo)"라고 부르며 비하했다. 빔보는 '매력적 외모를 가졌지만 지적이지 않은 여자'라는 의미를 가진 속어로, 주로 금발의 백인 여성을 지칭할 때 쓰인다.

당시 공화당 대선주자 첫 TV토론에서 사회자로 나온 켈리는 트럼프가 과거 여성을 개, 돼지, 역겨운 동물로 부르며 비하한 전력을 집요하게 추궁했다. 트럼프는 이튿날 트위터에 켈리를 빔보라고 부르면서 "최대 패자는 켈리"라고 분풀이를 했다. 트럼프는 같은 날 CNN에 출연해 "토론회 때 켈리의 눈에서 피가 나왔다. 아마 다른 어디서도 피가 나왔을 것"이라며 켈리가 월경 때문에 예민해져 자신을 공격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 트럼프 막말 전략, 본선에서도 통할까.

트럼프의 막말이 도를 넘어설수록 오히려 열광하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다. 트럼프만이 기득권 세력들에게 장악돼 있는 정치판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인물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진행했던 TV 리얼리티 쇼인 '더 어프렌티스'를 제작했던 프로듀서인 마크 버넷은 올해 초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꾸밈없는 그대로를 듣기를 원한다. 트럼프가 '더 어프렌티스'에서 보여주었던 그런 스타일을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런 언론 전략이 본선에서도 통할까? 트럼프와 칸이 주고받는 공방은 유권자들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 7월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는 트럼프가 여성과 소수인종들에게 편견을 지니고 있다고 답했다. 39%만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민주당원의 86%와 자유당원 56%는 트럼프가 편견을 지니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공화당원의 경우 26%만이 여성과 인종에 대한 트럼프의 편견을 인정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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