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트렌스젠더 행세 병역 면제" 혐의 20대 남성에 무죄 선고

입력 2016-07-31 11:36

검찰 "군대 안 가려 여성호르몬 맞아"
법원 "위험 부담 커…병역면제 목적으로 볼 수 없어"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검찰 "군대 안 가려 여성호르몬 맞아"
법원 "위험 부담 커…병역면제 목적으로 볼 수 없어"

"트렌스젠더 행세 병역 면제" 혐의 20대 남성에 무죄 선고


병역 기피를 위해 성 정체성 장애 치료를 받은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20대 남성에게 1심·항소심 재판부가 잇달아 무죄를 선고했다.

31일 서울남부지법에 따르면 이모(28)씨는 지난 2010년 11월에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의 한 병원에서 성 정체성 장애 질환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이어 같은 달 30일에 자신이 성 정체성 장애라는 취지의 병사용진단서와 의무기록지 사본을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처분변경을 신청했다.

이씨는 2011년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병원에서 20여회에 걸쳐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았다.

가슴이 커지는 등 실제 신체 변화가 일어난 이씨는 같은해 11월 서울지방병무청으로부터 신경정신과 질환을 이유로 제2국민역(5급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다.

검찰은 2007년 3월 현역입영 대상자(3급) 판정을 받은 이씨가 병역의무를 감면받기 위해 신체를 손상하고 트렌스젠더 행세를 했다며 지난해 5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씨가 인터넷에 격한 욕설을 쓰는 등 과거 남성성을 드러내는 글을 많이 올렸고, 여성호르몬 투약 행위가 남성기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병원에 확인하려 한 사실 등도 공소사실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중학교 때부터 손톱을 길러 매니큐어를 칠하고 눈에 쌍커풀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화장용품을 붙이는 등의 행동을 한 점에 주목했다.

또 머리를 학교에서 정하는 기준보다 지나치게 많이 기르려고 해 교사와 마찰을 빚고 외모에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여 부모와 심한 갈등을 겪었다고도 지적했다.

결국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만으로는 이씨가 병역 면제를 목적으로 고의로 신체를 손상하는 등 속임수를 썼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남부지법 형사항소2부(이은신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여성호르몬 주사는 남성의 몸을 여성의 몸으로 변화시킬 정도로 그 결과가 중대하기 때문에 단지 병역 면탈을 목적으로 했다기에는 위험부담이 상당히 크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제시한 이씨의 남성성이 드러나는 과거 행동들에 대해서는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내밀하고 조심스러운 것이어서 학창시절엔 일부러 숨겼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여성호르몬 투여 후 남성기능의 영향을 의사에 물어본 것은 저하를 우려했다기보다 얼마나 사라졌는지 확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뉴시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