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20년 전, 명성황후가 시해된 뒤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하는 '아관파천'을 단행했지요. 당시 고종이 이동했던 길과, 옛 러시아 공사관 건물이 단계적으로 복원됩니다. 부끄러운 역사지만 우리 역사의 일부라는 겁니다.
권근영 기자입니다.
[기자]
109년 전 오늘(20일), 고종이 일제의 압력으로 물러난 날입니다.
그보다 앞선 1896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으로 신변의 위협을 느낀 고종은 아관, 즉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하는 '아관파천'을 결행했습니다.
문화재청은 아관파천 당시 고종이 이동한 길로 추정되는 '왕의 길'을 내년 말까지 복원합니다.
덕수궁 후문에서 미 대사관저 북쪽으로 통하는 구간입니다.
현재는 담벼락으로 막혀 있지만 역사성을 살려 옛길을 다시 내겠다는 겁니다.
'왕의 길' 종착점인 옛 러시아 공사관 본관도 2021년까지 복원합니다.
1890년 건립된 르네상스 양식의 벽돌 건물인데, 6·25 전쟁을 거치며 대부분 파괴돼 지금은 탑 부분만 남아 있습니다.
[장승호 주무관/문화재청 궁능문화재과 : 고종의 길을 시작으로 2039년까지 덕수궁 선원전 영역을 복원할 계획입니다.]
강대국의 힘겨루기 속에서 자주독립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쳤던 근대사의 생생한 현장이, 오늘날 한반도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