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자살을 생각한 사람이 열 명 중 네 명.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이 절반 이상…만성 불면증, 두통에 시달리는 사람은, 열 명 중 일곱 명. 잇몸이 무너지고 어금니가 빠진 사람이, 절반 이상. 세월호 참사 이후 2년 3개월이란 시간이 남긴 유가족들에 대한 우울한 보고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오늘(20일) 내놓은 보고서입니다.
신진 기자가 그 결과를 전해드립니다.
[기자]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 211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입니다.
먼저 안산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 145명에게 물어보니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이들이 10명 중 4명 꼴이었습니다.
또 절반 넘는 이들이 트라우마, 즉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런 마음의 병은 실제 몸으로도 옮겨가고 있었습니다.
10명 중 7명 넘게 만성 불면증과 두통에 시달린다고 답했습니다.
잇몸이 무너지거나 어금니가 빠졌다는 이들도 절반이 넘고 갑자기 기절하는 병을 앓게 됐다는 대답도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스트레스 탓에 앞으로도 이런 만성 질환들이 더 심해질 거라고 우려합니다.
[김승섭 교수/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 : 그동안 그분들이 참고 버텼던 질병들이 이제 막 터지거든요. 특히 만성질환의 경우 원인이 되는 것들이 발생하고 나서 곧바로 나타나지 않아요. 시간이 걸리거든요.]
이번 조사에선 단원고 생존 학생들도 인터뷰했는데요, 면접에 응한 19명 중 18명이 불안장애와 폐쇄공포증를 앓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낯선 건물에 들어서면 비상구부터 확인하고, 목욕을 할 때도 문을 열어놔야 하는 강박증세까지 호소했습니다.
사회 생활도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단원고 유가족 145명 중 116명이 참사 전 직장에 다녔지만 이 중 75명이 심리적 불안정이나 진상규명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일을 그만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월호특별법이 정해놓은 시한에 따라 의료비 지원은 지난 3월에 끊겼습니다.
갈수록 커지는 고통에 괴로워하는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을 최규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