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실세 수석'으로 불리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연이은 구설로 곤경에 처한 모습이다. 최근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으로 야권의 공격을 받았던 데 이어 처가의 부동산 매매 관련 의혹과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 대한 '몰래 변론'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여론의 표적이 된 상황이다.
물론 우 수석은 각종 의혹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면서 법적 대응에 신속히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소야대 구도에서 야당이 우 수석과 청와대에 대한 의혹의 공세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는 점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는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우 수석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했을 때 대검 중앙수사부 1과장으로 직접 조사에 나섰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에서 민정수석으로 승진 임명됐을 당시 야당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우 수석에 대한 야당의 공세는 지난 5월 본격화됐다. 당선자 신분이었던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대한민국재향경우회, 어버이연합으로 이어지는 자금 지원 의혹에 우 수석이 연루돼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다.
당시 백 의원은 "삼남개발이라는 회사의 2014년과 2015년 배당 내역을 보면 각자 재향경우회에 2014년에 23억원, 2015년에 21억원을 배당했고 SDNJ홀딩스에도 같은 금액을 배당했다"고 밝혔다. 기흥컨트리클럽 운영사인 삼남개발은 재향경우회와 SDNJ홀딩스라는 회사가 50%씩 투자해서 만든 회사다.
SDNJ홀딩스 지분은 기흥컨트리클럽 대주주이자 우 수석의 장인 이상달 전 정강중기·건설 회장이 2008년 사망하면서 아내와 자녀 4명이 20%씩을 물려받아 보유하고 있다. 우 수석의 장모와 아내 등 처가가 보유한 기업인 셈이다.
앞서 재향경우회는 2014년 4월부터 11월까지 어버이연합에 총 39차례에 걸쳐 2,500만원의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는 검찰을 나와 변호사로 활동해 오던 우 수석이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들어간 시기와 겹친다는 게 백 의원의 주장이었다.
이를 두고 더민주는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의 배후에 우 수석이 있다면서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고 한때 인사 교체가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우 수석은 지난달 8월 현기환 전 정무수석이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가운데서도 유임돼 박 대통령의 굳은 신임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후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과 관련한 공세는 잠잠해졌지만 이번에는 진경준 사태와 정운호 게이트 등 정국을 강타한 법조비리 의혹들에 연루돼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18일 조선일보는 우 수석의 장인인 이 회장이 자신의 네 딸에게 상속한 서울 강남역 부근 1,300억원대 부동산을 넥슨이 매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넥슨은 진 검사장에게 '공짜 주식'을 줘 126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두게 해준 혐의를 받고 있는 김정주 NXC 대표가 창업한 회사다.
거액의 상속세 문제로 고심하던 차에 넥슨이 부동산을 매입한 덕에 우 수석의 처가는 수십억원의 세금 부담을 덜 수 있었다고도 보도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우 수석의 서울대 법대 후배인 진 검사장의 주선으로 거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나아가 이 일 때문에 인사검증 책임자인 우 수석이 진 검사장의 승진 당시 넥슨 주식 보유를 눈감아 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루 뒤인 19일에는 경향신문에서 법조 비리로 구속된 홍만표 변호사와 함께 정식 수임계를 내지 않고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등의 변론을 맡았다는 '몰래 변론' 의혹을 제기했다.
우 수석이 2013년 5월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해 이듬해 5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기용될 때까지 변호사로 활동한 기간 동안 홍 변호사와 함께 여러 사건을 맡았으며 정 전 대표도 고객 중 한 명이었다는 것이다. 홍 변호사의 고교 후배로 정 전 대표와 홍 변호사를 연결시켜준 법조브로커 이민희씨와도 우 수석이 어울려 다녔다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우 수석은 일련의 보도와 관련해 잇달아 입장자료를 내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우 수석은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해 "김정주와는 단 한 번도 만난 적도 없고, 전화통화도 한번도 한 적이 없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김정주 이외의 넥슨 관계자 누구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 "처가 소유 부동산 매매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면서 "마치 민정수석이 진경준을 통해 넥슨 측에 매수를 부탁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해 보도한 것은 명백한 허위보도"라고 전면 부인했다.
우 수석은 보도 당일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조선일보에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신속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경향신문 보도와 관련해서도 "정운호와 이민희라는 사람은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고, 전화통화도 한 적이 없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며 "몰래 변론했다고 보도한 것은 명백한 허위 보도"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우 수석의 강력한 부인과 적극적인 대응에도 불구하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우 수석의 해임과 수사 착수를 요구하며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우 수석에 대한 의혹과 진 검사장 구속 등을 계기로 박 대통령이 국면전환용 개각을 앞당길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