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대에서 최고급 외제차의 속도 제한장치를 조작한 후 시속 200~324㎞로 '롤링 레이싱'을 한 폭주족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롤링 레이싱이란 3~5명씩 그룹을 지어 일정한 구간까지 줄줄이 진행하다가 순간 속도 시속 250㎞ 이상 과속으로 속도 경쟁을 벌이는 자동차 경주다.
서울경찰청은 14일 박모(38)씨 등 5명을 도로교통법상 공동위험 등 혐의로 구속하고 조모(36)씨 등 6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 등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새벽시간대 장암역부터 사패산 터널까지 왕복 22㎞ 구간에서 BMW, 벤츠,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최고급 외제차 등으로 롤링 레이싱을 반복적으로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 등은 지난 5월17일 오전 2시께 같은 장소에서 BMW 차량이 급가속을 하면서 함께 경주하던 벤츠 승용차와 1차 충돌 후 좌측 터널벽에 2차 충돌하고 튕겨 나오면서 3차로 우측 터널벽을 충돌, 전복되는 등 터널내 교통사고를 일으킨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고로 자신은 물론 조수석에 있던 이모(44)씨, 벤츠차량 운전자 조씨 등 3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롤링 레이싱을 하는 리더급이 인터넷 카페를 통해 회원들을 모은 뒤 참여한 신입회원들을 자기 차에 태워 롤링 기술을 전수했다.
또 동호회별로 게시글이나 카카오톡 등을 이용해 심야 시간대가 되면 장암역 주차장에 집결해 엔진 마력대가 비슷한 차량들로 짝을 이루거나 롤링의 기술과 경험의 정도를 서로 묻고 판단한 후 이에 맞는 짝을 이뤄 레이싱을 했다.
정모(41)씨 등은 레이싱 중 교통사고가 발생해 중상을 입고 1억원이 넘는 벤츠 차량이 폐차될 상황에 놓이자 과실사고로 위장해 보험처리를 하다 적발됐으며 사기죄로도 추가 입건됐다.
특히 이들의 직업군은 의사, 회계사, 사업가 등 전문직이 41%를 차지했고 회사원은 31%에 이르는 등 대다수가 화이트칼라로 밝혀졌다. 연령은 20대(8.6%), 30대(71.4%), 40대(20%)로 분석됐다.
레이싱 차량들의 가격대는 1억원 이상의 BMW, 벤츠, 아우디, 포르쉐, 재규어 등 고가 차량이 42%를 차지했다. 3억5000만원 상당의 영국산 슈퍼카 맥라렌도 20차례 걸쳐 광란의 질주에 참여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대 속도를 내기 위해 ECU(Electronic Control Unit) 를 불법으로 튜닝해 높은 출력을 내거나 속도제한장치를 해제해 시속 324㎞까지 최고속도를 내는 질주를 하는 등 리더급 6명은 100회 이상 상습적으로 광란의 경주를 했다"며 "정도가 심한 사람은 321차례나 지속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경주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다"며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도 리더급들은 또다시 카카오톡 등으로 연락해 지속적으로 레이싱을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수사 대상자 가운데 상습적이고 반복적으로 불법 레이싱에 참여한 폭주자들의 차량을 압수하고 운전면허를 취소했다. 또 향후 레이싱으로 교통 위험을 야기할 경우 차량 압수 또는 몰수를 원칙으로 하는 방안을 검찰과 협의 중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