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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대학가 등 '차별의식' 당연시 하는 현상 확산

입력 2016-07-14 11:50 수정 2016-07-1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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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대학가 등 '차별의식' 당연시 하는 현상 확산


공직사회·대학가 등 '차별의식' 당연시 하는 현상 확산


"대중들은 개·돼지 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일간지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는 이같이 말한다. 이 말에는 대중들은 아무리 불합리한 상황에 놓여 있고 설령 진실의 일각을 보더라도 무지몽매할 뿐이라는 인식이 담겨 있다.

최근 고위 공직자들이 불특정 대중을 상대로 차별적 발언을 연이어 내뱉고 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들의 발언을 들여다 보면 사회 구성원 다수가 구조적으로 특정 계층 밑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거나, 대다수 시민은 극소수 타인을 위해 존재한다는 취지가 주를 이룬다.

교육을 통해 기회의 균등을 제공해야 할 교육부 고위 공무원까지 "신분제를 공고화 시켜야 한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국민 감정의 결정적 뇌관까지 건드리고 말았다.

◇연이은 고위 공직자 '차별 발언'…"우월적 사고의 왜곡된 발현"

지난 7일 현직 교육부 고위급 공무원이 영화 속 발언을 현실에서 내뱉었다.

나향욱(47) 교육부 교육정책기획관(국장)은 술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중이 누구냐"는 물음에는 "99%"라고 답했다고 전해졌다.

나 국장은 대중을 금수(禽獸)로 지칭한 것에 대해 사죄한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술자리에서 만취한 상태였고 자신의 발언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 국장 이외에도 일반 시민들을 깔보거나 조롱하는 듯한 고위급 공무원의 발언은 또 있었다.

안양옥(59)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국가 장학금을 축소해야 한다는 취지로 "(대학생들은) 빚이 있어야 파이팅 한다"는 발언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막말 심리가 몇몇 일탈 공무원에 국한된 것이 아닐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은 미개하다, 신분 차별이 필요하다, 빚이 있어야 일을 한다는 식의 우월적 사고가 고위 공직자들의 의식 체계에 만연해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신분제 사회에서는 개인의 노력보다는 대물림되는 자산이 성공을 위한 주요 변수 또는 상수로 작용한다. 이를 당연시 여기는 사고는 전형적인 귀족 엘리트주의의 소산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위 공직자 기득권 계급의식…"비뚤어진 인식 되돌아보는 계기 삼아야"

엘리트 의식 저변에는 크게 두 가지 전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는 권력을 가진 기득권과 그렇지 못한 일반 대중으로 나뉘며, 엘리트가 사회를 지배하는 질서가 공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 주도로 정책 결정이 이뤄지는 과정 속에서 '나랏일은 우리가 정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공직자들에게 내면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엘리트 의식은 국가와 조직에 헌신하면서 각종 정책과 사회적 개선을 주도하는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논란이 됐던 공위 공직자들의 발언은 선을 한참 넘어선 왜곡된 엘리트 의식의 발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특히 이 같은 특권계급 의식이 일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고위 공직자 사회의 지배적인 전제가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채원호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나향욱 사건은) 한 공무원의 돌출 발언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며 "엘리트라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엘리트 의식, 공직관, 윤리 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채 교수는 "문제가 되는 고위 공직자들을 보면 비뚤어진 엘리트 의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의 잘못된 사고가 국가 정책이나 교육 정책과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에 만연한 차별적 인식…대학가에서도 '구분 짓기' 심화

앞서 거론했듯이, 왜곡된 엘리트 의식에서 나온 차별적 발언은 특정인의 자질 문제라기보다는 고위 공직자 상당수의 보편적인 인식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일반 대중과 자신을 구분 짓고 불합리한 격차까지 태생적인 것으로 당연시하는 일종의 계급의식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관가 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계급간 차별로 대변되는 집단적 엘리트 의식은 특히 대학가에서부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오래 전부터 한국의 고질적 병폐로 꼽혀온 대표적 사안이 '학벌 문제'인데, 정도가 약해지기는커녕 최근엔 양상이 점차 분화하며 더욱 악성이 되는 모습이다. 서울 안에 있는 대학, 그 안에서 명문대와 비명문대, 명문대 중에서도 순위를 나누고 본교냐 분교냐까지 나누며 헐뜯는 현상이 만연해 있다.

대학 순위를 노골적으로 세분하며 "지잡대가 OOO보다는 낫다", "OOO 미만은 잡대" 등 다른 학교를 비하하는 사례는 예사에 속한다.

학교 대 학교가 아닌 같은 학교 내에서 분교와 본교를 나눠 차별 의식을 부추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심한 경우 본교생이 분교 재학생을 '벌레'로 지칭하기도 한다.

같은 교정에서 생활하면서 출신 고등학교를 따로 내세우는 모습까지 등장했다. 앞으로는 출신 중학교와 초등학교, 심지어 유치원 성분까지 따지는 게 아니냐는 웃지 못 할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 전체가 분열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고위 관료나 부유층, 향유층들이 사회 불평등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부모의 능력으로 자식들도 잘 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면서 "과거보다 출신 대학이나 지역에 대한 소속감이 커지고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배타시하는 태도가 강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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