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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콧 보고서', 참전 기간보다 더 긴 7년 조사의 결실

입력 2016-07-0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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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콧 보고서', 참전 기간보다 더 긴 7년 조사의 결실


'칠콧 보고서', 참전 기간보다 더 긴 7년 조사의 결실


지난 2003년 영국이 이라크전 참전을 결정하기까지 진상을 규명한 '칠콧보고서'가 6일(현지시간) 세상에 공개됐다.

이 보고서는 이라크전 참전 진상조사위원회를 이끈 원로 행정가 존 칠콧 경의 이름을 딴 것이다.

보수당 18년 집권에 종지부를 찍고 1997~2007년까지 3기 연속 집권한 영국 총리(토니 블레어)에게 제대로 망신을 준 칠콧 보고서는 무려 7년 간의 조사를 통해 완료됐다.

블레어의 후임인 고든 브라운 전 총리의 지시로 2009년 6월 설립된 진상조사위원회는 당초 1년 간 조사를 벌일 예정이었으나, 영국의 이라크전 참전 기간인 6년보다 더 길어졌다.

예상보다 긴 조사기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사 결과는 아무리 오래 전의 일이라도 정부의 정책판단에 있어 잘못이 저질러졌다면 반드시 엄정한 평가를 내린다는 영국의 철학과 신념을 다시한번 보여줬다는데 의미가 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칠콧보고서는 영국 인기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100만 단어)보다 2.6배, 성경(77만5000단어)보다 3.3배, 셰익스피어 전집보다 2.9배, 반지의 제왕 3부작보다 5.7배 이상 많은 260만 단어로 쓰였다.

또한 총 12권으로 구성된 보고서를 읽는 데 9일이 걸린다고 BBC는 전했다.

조사위에는 원로정치인 칠콧 위원장과 5명의 위원이 참여했으며, 참전 이전인 2001~2009년 정부문서 15만건을 분석하고 블레어 전 총리를 포함해 120명의 증언을 들었다.

조사 비용은 1000만 파운드(약 150억원)가 들었다.

한편 칠콧 경은 6일 "당시 영국 정부가 군비 축소와 같은 평화로운 방법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전쟁에 참여했다"며 "사담 후세인은 임박한 위협(imminent threat)이 아니었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해 결함있는 정보에 근거해 이라크전 참전 결정을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칠콧 경은 블레어 전 총리가 조지 W 부시 미국 전 대통령에게 보낸 "무슨 일이든 나는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다.(I will be with you, whatever)"는 비밀 메모를 공개하며 블레어의 친미 성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런 내용의 보고서가 발표되자 토니 블레어 전 총리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라크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의 유가족들과 반전(反戰) 시위자들은 블레어 총리를 "세계 최악의 테러범" "블라이어(Bliar)"(블레어 'Blair'와 거짓말쟁이 'liar'의 합성어)라고 강력 비난했다.

가디언은 '파괴된 국가, 신뢰의 붕괴, 명성의 추락'이란 제하의 사설에서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명성이 이라크전 참전과 관련해 결코 회복되지 못했는데, 오랜기간 기다려 온 이번 보고서(칠콧보고서)는 그에게 '용서할 수 없다'(unforgiving)는 평결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번 보고서가 미국의 대외정책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해 '부시의 푸들'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오명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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