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이라크전 '정당성' 스스로 물은 영국…보고서 파장은?

입력 2016-07-07 23:02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이 보고서는 매우 중대한 보고서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전쟁을 주도한 나라에서 전쟁의 정당성을 스스로 따져묻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죠. 7년이나 걸린 조사 기간 동안에 어떻게 국민적 총의가 모아졌는지, 또 이번 보고서가 세계 질서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그 파장은 쉽게 예단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쉽게 말해서 과연 앞으로 있을 미국의 전쟁에 영국은 같이 나서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게 하지요.

런던을 연결하겠습니다. 고정애 특파원, 요즘 런던이 뭐 주요 뉴스의 생산지가 되어버렸습니다. 브렉시트가 소식이 뜸한가 했더니 곧바로 큰 뉴스가 터져나왔는데… 칠콧 보고서는 진상조사를 이끈 원로 행정가의 이름을 딴 거죠. 이 보고서가 공개된 뒤, 당시 총리였던 블레어에 대해 전범재판소 회부를 요구하는 시위까지 있었다고요.

[기자]

이라크전에서 희생된 영국 군인은 179명입니다. 희생자 가족 대표들은 모든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시위 현장에선 전쟁 범죄를 범했다는 비판까지 나왔습니다.

이라크전에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로니 바릭/유족 : 토니 블레어가 법정에 서는 걸 보고 싶어요. 그리 되겠지요. 원컨대 내가 살아있는 동안 그랬으면 좋겠네요. 뭔가 조치도 있길 바라고요.]

[앵커]

이렇게 실제로 가족을 잃은 사람이 많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이런 얘기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칠콧 보고서는 미국의 압박도 있었다는 점을 명확히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는 겁니까?

[기자]

칠콧 보고서는 범죄 과학 수사를 벌이듯, 조목조목 이라크전 참전 과정이 크게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 요체엔 블레어의 확신, 부시와의 관계, 미국의 압박 등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블레어는 후세인은 반드시 제거돼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앞서 리포트에서 보신대로 블레어는 부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는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라는 메모를 보냅니다.

이라크 참전 9개월 전, 그러니까 의회의 동의 절차를 밟기도 전이었습니다.

미국은 유엔 결의안을 통해 참전하려는 영국에 서둘러 참전을 압박한 것으로도 드러났습니다.

[앵커]

사실 그동안에 아마도 그랬을 것이 틀림없다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이번 보고서에서 실체를 다 드러내는 그런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그래서 형식과 내용적 측면에서 다 이례적인데, 개전국가가 즉 전쟁을 일으킨 국가가 과연 그 전쟁이 정당했는가를 판단했다는 것이고, 다 읽으려면 한 열흘 가까이 걸린다면서요? 양도 상당히 방대한 것 같습니다.

[기자]

사실 칠콧 보고서를 두고 영국 내에선 도대체 언제 나오냐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유야무야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보고서를 보곤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입니다.

분량도 압도적이었지만, 좀전에 말씀드렸듯, 과학수사를 벌이듯 이라크전 참전에 이르기까지 총리부터 참모, 국방·정보관계자들이 어떠했는지 추적했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점잖았지만 지적은 대단히 아팠고 설득력 있습니다.

[앵커]

이 보고서의 파장, 시작할 때 잠깐 말씀드렸습니다만 세계 질서에도 상당히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미국이 깃발을 드는 거의 모든 전쟁엔 영국이 옆에서 지원을 했고, 서방의 동맹 구도를 이끌었는데요. 글쎄요, 앞으로 미국의 어떤 전쟁에 영국이 참가한다라는 것은 과연 그 전쟁에 정당성이 있는가를 훨씬 더 꼼꼼하게 따져볼 것 같고 그러다 보면 곱지 못한 상황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 아닌가요?

[기자]

이라크의 혼란을 틈타 이슬람국가, IS의 전신격인 알카에다가 세를 확장했고 결국 오늘날의 난민 문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벌써 이라크전 여파를 경험하고 있기도 합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IS 공습작전에 영국이 프랑스보다 늦게 동참했습니다.

누가 영국의 지도자가 되든 칠콧 보고서의 영향으로 상당기간 군사적 옵션을 선택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앵커]

그래서 관련해서 드는 생각이, 지금 사실 이 이라크전쟁을 가장 주도적으로 먼저 시작한 것은 미국이었고 미국에서도 물론 그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그동안에 많이 제기되어왔습니다. 지금 칠콧 보고서까지 나온 마당이기에 미국이 이 칠콧 보고서에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또 미국 내에서는 이러한 조사 활동이 그동안 어떻게 진행돼왔는지 그 부분에 대한 취재 내용이 있습니까?

[기자]

일단 미국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측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오랫동안 이라크 침공에 반대해 왔고, 대통령 임기 내에 그 후폭풍에 대처해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미국의 군사작전이 소극적으로 된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반면 이라크 전쟁 당시에 부시 대통령측에서는 "정당한 전쟁"이라고 말합니다.

후세인을 제거하는게 옳은 선택이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현재 고립주의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서 미국민들도 전쟁을 선택하는 데에 예전보다는 소극적이 된 건 틀림없어 보입니다.

[앵커]

칠콧 보고서는 진상조사에만 7년이 걸렸습니다. 예를 들어 '세월호' 진상 조사를 놓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우리에겐 매우 생소한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칠콧 보고서는 이라크전 조사로만 다섯 번째입니다.

앞선 조사에도 문제점이 지적됐으나, 왜 참전까지 이르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2009년 칠콧 위원회가 시작된 이유입니다.

15만 건의 문서를 보고 100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150억 원을 썼습니다.

좀전에 말씀드렸는듯, 보통 한두 해면 나오는 보고서가 나오지 않아서 불만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하지만 막상 보고서를 받아들곤 쑥 들어갔습니다.

사실 근래 영국 지배층에 대한 이런저런 우려와 개탄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이들이 자신들의 과오들을 그냥 은근슬쩍 넘기려 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물입니다.

영국 사회의 건강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네, 알겠습니다. 런던에서 고정애 특파원이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관련기사

영국 "충분한 근거 없이 이라크 침공"…7년 만에 결론 '점령지 반토막' 난 IS…민간인 상대 보복 테러 나서 '칠콧 보고서', 참전 기간보다 더 긴 7년 조사의 결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