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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어느 사회든 공영방송은…'동네북'

입력 2016-07-0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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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우리가 구해내야 할 것은 BBC 자체가 아니라 공익방송이며 그 시기가 가까워짐에 두려움을 느낀다"

과거에 영국의 언론비평가 데니스 포터가 BBC를 두고 했던 말입니다.

BBC는 그 시작부터가 상업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권위를 좋아하는 보수당과 사적 기업을 싫어하는 노동당'이 의회에서 합작해낸 기관으로 정치적, 경제적 통제로부터 벗어나서 공적인 문제에 대한 정보 제공자의 역할이 강조되었습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에 BBC는 그 자율성을 침해하는 갖가지 압박에 시달려 왔습니다.

구성원들은 특권을 지닌 독선적 좌파라는 공격을 받았고, 걸핏하면 민영화하라는 압박을 받았습니다.

미국의 공영방송 PBS가 받고 있는 공격은 매우 노골적으로 정치적이었습니다.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양쪽이 모두 PBS를 두들겨댔습니다.

그래서 PBS를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말은 '동네북(Drum being beaten by everyone)' 물론 주로 두들겨댄 쪽은 보수진영입니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였던 로버트 돌은 상원의원 시절이던 92년에 "공영방송은 점점 더 균형 감각을 잃어가고 있고, 자유주의를 선동하고 있으며 나는 이런 것들이 지겹다" 이렇게 주장하기도 했지요.

당연히 PBS에 대한 연방정부의 예산 지원은 해가 갈수록 깎여 나갔습니다.

공통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어느 사회든 공영방송은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늘 압박의 대상이었습니다.

공영방송이 추구하는 공익적 가치가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의 이데올로기와 충돌할 때 이런 압력은 발생하는 것이겠지요.

물론 이것은 비단 공영방송에만 해당하는 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압력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방송사들과 그 방송사들이 속해 있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감당해낼 몫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의 대부분은 제가 지난 2003년에 어느 신문 칼럼으로 쓴 내용입니다.

13년 전 공영방송에 몸담았을 때 썼던 칼럼을 지금 민영방송으로 옮겨 와서 다시 인용하고 있으니까 감회가 남다르긴 합니다.

아마도 그 당시의 제가 지금의 저에게 질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3년 후의 거기는 좀 변한 게 있느냐" 라고 말입니다.

오늘(6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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