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밀착카메라 순서인데요, 대구광역시 비슬산의 임도 공사를 들여다봤습니다. 산불을 진화하거나 목재를 옮기려고 산에 길을 내는 건데, 환경 훼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고석승 기자입니다.
[기자]
대구광역시의 비슬산.
풍광이 아름답고 희귀 동식물이 있어 생태자연 1등급 지역으로 지정돼 개발이 제한된 곳입니다.
그런데 최근 비슬산 곳곳이 파헤쳐지고 있습니다.
여기 저기 포크레인 등 공사장비도 보입니다.
대구 달성군청이 산 한 가운데에 총 길이 6km의 임도를 내는 겁니다.
임도란 목재 등을 나르고 산불을 막기 위해 만드는 길입니다.
공사장 한 켠에 있는 나무 상당수에는 보시는 것처럼 번호판이 붙어있거나 흰색 페인트칠이 되어 있는데요.
대부분 다른 곳으로 곧 이식을 할 예정이거나 아예 베어낼 나무를 표시해놓은 겁니다.
또 한쪽에는 이미 잘라놓은 나무가 이렇게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계곡을 정비하면서 바위틈 곳곳을 시멘트로 매워놓은 모습도 보입니다.
공사로 땅 곳곳이 파헤쳐진데다 연일 이어지는 장맛비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이렇게 뿌리째 뽑힌 나무도 군데군데 눈에 띕니다.
공사 현장 곳곳에 담배꽁초도 보이고 인화성 물질까지 방치돼 있습니다.
[시공사 관계자 : 저희가 주의해가지고 작업하기 전이나 작업 마치고 나서 그런 시간을 가져서 (인부들에게) 말씀드려놓겠습니다.]
더 큰 문제는 공사를 하면서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았다는 겁니다.
길이 4km 이상의 임도를 만들 때는 법규정상 반드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달성군청은 일부구간 공사만 우선 진행해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았습니다.
약 3km 길이의 임도 공사를 먼저 마친 후 나머지 3km 구간 공사를 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예산 문제로 구간을 나눠 공사를 했을 뿐이라는 겁니다.
[대구 달성군청 관계자 : 예산이 확보돼 있는 구간만큼 나눠 하다 보니 전체를 다 설계를 해가지고 하지는 못합니다. 환경영향평가를 하게 되면 산림 훼손을 한다는 부분을 더 강하게 생각을 하기 때문에 사업에 애로사항이 좀 많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일부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한 게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쪼개기식 임도 공사가 이뤄지지만 현행법상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실제로 매년 수백 km의 임도가 놓이지만 최근 5년 간 환경영향평가를 받은 건 2011년 울산 울주군의 한 임도뿐입니다.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나머지 임도 공사예정 구간을 가봤습니다.
산 곳곳에 나무에 칠해놓은 벌목 표식들이 눈에 띕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임도로 인해 산 전체의 생태계가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김종원 교수/계명대 생물학과 : 100%의 서식지 (공간에) 길이 하나가 나게 되면 그 길에 의해서 64%만 남는다. 즉, 동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축소된다는 거죠. 임도 하나 때문에 외래해충과 식물들이 침투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거죠.]
자연훼손 논란이 이어지자 달성군 측은 남은 3km 구간의 공사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번 망가진 자연은 다시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개발사업에 조금 더 신중을 기해야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