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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커지는 '검사 자살' 사태, 검찰총장 해결 의지 의문

입력 2016-07-0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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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검 김홍영(33) 검사 자살 사건과 관련, 김수남 검찰총장이 김 검사 49제를 하루 앞둔 5일 형사부 업무 시스템 개선 방안을 내놓자 검찰 안팎에서 "사건의 본질과 동떨어진 안이한 인식"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게 제기됐다.

사건이 발생한 지 50여일이 다 돼가도록 김 검사가 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는지 등에 대한 진상규명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실효성도 의문인 제도 개선부터 언급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는 시각이다.

특히 검찰 내에선 김 검사 사망 후 그의 가족과 친구들이 대검 등에 진상규명을 요구하기까지 한달여간 이 사태에 대처하는 검찰 수뇌부의 방식이 너무 안일했다는 지적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김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 대회의실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형사부에 검사 등 추가 인력 보강 ▲신임검사 멘토링 실시 ▲연가와 휴가 실질화 등 형사부 업무 시스템 개선 방안을 밝혔다.

김 총장은 또 논어에 등장하는 '태이불교 위이불맹(泰而不驕 威而不猛)'을 예로 들면서 "태산 같은 의연함은 갖되 교만하지 않아야 하며 위엄은 있되 사납지 않아야 한다"며 "상사나 선배가 감정에 치우쳐 후배를 나무라거나 인격적인 모욕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김 총장의 이날 발언은 지난 6월 8일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김 총장은 "총장으로서 상당히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며 "일시적으로 또는 임시방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되고,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검찰 내에선 김 총장 등 검찰 수뇌부에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김 검사가 자살한 뒤 꽤 오랜 시간 동안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했는데 그러지 않고 사실상 방임했던 것 같다"며 "결국 김 검사의 가족과 사법연수원 동기들이 문제를 삼으니 뒤늦게서야 상황 파악에 나선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김 검사는 지난 5월 19일 업무와 관련된 스트레스를 호소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어 6월 1일 김 검사의 가족이 대검과 청와대에 자살 진상규명 탄원서를 제출했으며, 그제서야 김 총장은 같은 달 8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상당히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검사 가족 등의 진상규명 요구에는 "남부지검에서 진상조사 중"이라고 답변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러다 지난 7월 1일 김 검사의 사법연수원 41기 동기들이 진상규명을 위한 성명서를 이번 주에 대검에 제출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다음날인 2일 대검도 김 검사 자살과 관련한 진상규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김 검사가 목숨을 끊은 5월 19일부터 가족들이 탄원서를 낸 6월 1일까지 10여일간 검찰 수뇌부는 상황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린 측면이 있다"며 "유족들이 나서기 전에 먼저 진상규명을 해서 잘못된 것은 바로잡겠다고 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춘 김 총장의 이날 발언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엄벌을 촉구하는 사법연수원 41기 동기회의 성명이나 유족 입장과도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금 검찰의 태도는 진상규명 의지가 없는 것처럼 비치고 있어 오히려 유족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어쩌면 이미 진상조사를 했는데도 별 게 없어서 말을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러면 조직의 수장인 총장이 나서서 이 부분은 이렇고, 저 부분은 저렇다고 설명하면서 두 번 다시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대적인 조직 혁신에 나서겠다고 해야지 단순한 형사부 업무 개선을 하겠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그래야만 초임검사를 죽음으로 몰고간 것처럼 거론되는 해당 부장검사도 살릴 수 있고, 아울러 검찰조직도 살지 않겠느냐"며 "단순하게 사건이 많아서가 아니라 검찰 조직의 고질병인 '윗선'의 눈치보는 수사가 일선에서 계속되면서 내부 사기가 상당히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 간부는 간부대로, 평검사는 평검사대로 피로와 불만이 쌓여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 수뇌부가 진상규명에 미적거리면서 남부지검도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김 총장은 어린 후배 검사의 죽음과 관련해 실제로 상사의 폭언과 폭행 등이 있었는지 오늘은 알고 있는대로 진상을 밝히는 게 바람직했다"면서 "실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진지하게 사과하고, 남부지검에 대해서도 어떤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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