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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면책특권 여야 공방…'제한필요' vs '재갈물리기'

입력 2016-07-05 11:00

여야 공방에 전문가 의견도 가지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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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공방에 전문가 의견도 가지각색

불붙은 면책특권 여야 공방…'제한필요' vs '재갈물리기'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허위 폭로를 계기로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면책특권이 오남용된다는 지적에 따라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입법권 보장 차원에서 '부분 손질'식 보완책 마련으로 충분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면책특권은 1689년 영국 권리장전에서 의회 특권으로 성문화됐으며, 1789년 미국헌법에도 명시됐다. 한국에선 현행 헌법 45조가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보장하고 있다.

한국에서 면책특권은 특히 권위주의 정권시절, 사정정국을 이용한 여권의 야당 의원 탄압에 맞서는 방패막이로 인식돼 왔다. 정부여당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자유롭게 할말은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국정감사 및 상임위 질의, 청문회 등의 의정활동이 이른바 '폭로전' 양상으로 치닫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면책특권을 악용해 상대에 대한 정치공세를 퍼붓는 식의 행위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여야 정치권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체로 여당은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차원에서 면책특권에 대한 대폭 손질을 주장하고 있고, 야당에서는 큰 틀은 유지한 채 무차별 폭로를 막기위한 방지책 마련이 현실적이라고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정진석 원내대표가 조응천 의원의 사례를 예로 들며 "국회의원 면책특권 뒤에 숨어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는 없어져야 한다"며 폐지 내지 대폭 축소를 강조했다. 반면 더민주와 국민의당에선 각각 우상호 원내대표와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면책특권 폐지에 반대하며 오남용 방지책 마련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여야 의원들 간 견해차와 마찬가지로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하지만 대체로 면책특권을 폐지하긴 어려워도 모든 것을 면책하는 식의 기존의 법규정에 대한 손질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김상겸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면책특권에 문제는 있지만 헌법에 명문규정이 있으니 없애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모든 걸 면책할 순 없는거고, 근거 없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격권을 침해하는 사항에 대해 면책권을 제한하는 조항은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면책특권이 처음 등장한 1600년대는 왕의 권력에 대응하기 위해 의회가 자신의 발언이나 책임을 면하는 제도가 필요했지만 오늘날은 국민이 주인"이라며 "국회의원은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이들인 만큼 무조건 면책해줄 순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법 개정을 통해 윤리규정으로 면책특권을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법률로써 헌법으로 명문화돼 있는 면책특권을 어떻게 제한하겠느냐"며 개헌을 통해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개헌사항이라는 이유로 실제 폐지나 대폭 축소는 어렵다고 보면서도, "면책특권에 대한 현실적 대안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명예훼손 관련 발언이나 인신공격, 모독·비방성 발언, 국회의원이 자신의 존재감이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정쟁을 유발하는 막말을 하는 경우 때문에 면책특권이 제한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은 윤리특위가 있다"며 "국회 윤리실천규범이 13개조로 돼 있지만 형식적이고 원칙적, 추상적, 선언적 조항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미국의 국회 윤리 관련 매뉴얼은 200~300페이지에 달한다"며 "한국에서도 실천규범을 강화하거나 실천법을 만들어서 비방발언 등을 제약하고 징벌을 가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역시 "면책특권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윤리규범을 강화해 오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데 대해 국민적 합의가 있다"며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 선거를 위한 조작발언 등은 면책사항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국회의장 직속의 윤리심사원을 만들고, 외부 인사가 과반을 구성하게 해 결정사항을 국회가 무조건 따르게 하면서 윤리에 어긋나는 규정을 상세히 규범화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여당의 견제를 위한 면책특권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자칫 대폭 수정에 나설 경우 야당을 상대로 한 여권의 '재갈 물리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면책특권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입법권자들이 권력이나 외부적·신체적 위협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입법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는 입법에 있어 제일 중요한 '기본'"이라며 "이를 두고 의원들의 중요한 특권을 빼앗았으니 민주주의가 진전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조응천 의원 사태로 촉발된 '명예훼손' 면책 논란에 관해서는 "명예훼손 문제는 다른 걸 통해서 공방을 가리면 된다"며 "(의정활동에는) 폭로 같은 부분이 필요할 수도 있다, 명예훼손을 우려해 미리 '재갈'을 물리는 건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면책특권은 국회의원들이 아무런 압박을 받지 않고 마음껏 의정활동을 하라고 보장된 것"이라며 "그걸 폐지하거나 변경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한 교수는 "면책특권을 손보려면 먼저 해야 할 일이 검찰 권력을 손보는 것"이라며 "검찰개혁 없이 면책특권을 손보면 안 된다"고 발언, 면책특권이 폐지될 경우 국회의원 의정활동이 검찰의 표적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박상열 광운대 법학과 교수는 "한국은 역사적으로 사사오입 개헌, 법통과를 위한 국회의원 체포·감금 등의 사례가 있었다"며 독재정권을 경험한 한국 정치역사에 비춰 면책특권은 입법부 수호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다만 "면책특권을 국회의원이 악용하는 면도 있다"면서도 "이론적(개헌 등을 통해)으로 풀기보단 정치적으로 풀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밖에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면책특권이 남용될 여지가 있고 실제로 남용된 적도 있다"면서도 "헌법개정을 통해 면책특권에 제한규정을 넣는다면 오히려 '거꾸로 오남용'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면책특권에 제한 요건을 넣으면 수사기관이나 의원의 발언으로 피해를 본 개인에 의해 의원들의 '발언의 자유'를 빼앗게 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누구에게 이익이 될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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