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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호 선상살인, '요요' 건배사 오해에 이은 질타가 참극

입력 2016-07-0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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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호 선상살인, '요요' 건배사 오해에 이은 질타가 참극


광현호 선상살인, '요요' 건배사 오해에 이은 질타가 참극


인도양서 항해 중이던 원양어선 '광현803호'(138t)에서 발생한 선상살인은 문화 차이 등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부산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오후 광현호에서 베트남인 선원 B(32)씨와 V(32)씨 등 외국인 선원들이 갑판 위에서 미끼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국인 선장 양모(43)씨는 고생하는 선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양주 5병과 수박 등을 내놓고 외국인 선원들과 선상 회식을 했다.

회식 도중 B씨와 V씨는 선장에게 "요~요~"라고 했고, 선장은 자신에게 욕설을 하는 줄 알고 화를 냈다. 하지만 '요(yo)'는 베트남어로 '건배'를 뜻하는 말이었다.

이에 선장은 B씨와 V씨에게 모항에서의 무단 외출로 문제를 일으키고 요즘 작업도 제대로 안한다고 나무라면서 "그럴거면 하선해서 베트남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친척 사이인 B씨와 V씨는 갑자기 선장의 뺨을 두 차례 때렸고, 화가 난 선장은 베트남 선원 7명 전원에게 조타실로 집합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B씨와 V씨는 식당에서 흉기 3개를 챙긴 뒤 "선장을 죽이겠다"고 나머지 베트남 선원 5명에게 알리고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나머지 베트남 선원 5명은 흉기 3개 중 2개를 건네받았지만 겁이 나 흉기를 모두 바다에 던져 버리고 도망갔다.

술에 취한 B씨와 V씨는 흉기 1개만 들고 조타실에서 선장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V씨가 선장을 잡고 있었고, B씨가 흉기를 선장에게 휘둘러 15군데에 상처를 입혔다. 이 과정에서 V씨는 B씨가 휘두른 흉기에 오른손을 다쳤다.

이어 B씨는 조타실과 연결된 선실에서 자고 있던 흉기로 기관장을 8차례나 찔러 살해했다.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의 시신을 국내로 운구해 부검한 결과, 이들은 과다출혈로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B씨 등은 소식을 듣고 달려나온 한국인 항해사 이모(50)씨도 죽이려 했지만, 상당한 무도 실력을 갖고 있던 이씨에게 흉기를 빼앗기고 제압당했다.

이씨는 제압한 B씨 등 2명을 진정시킨 뒤 선실에 들어가게 하고 다른 외국인 선원들에게 잘 감시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이씨는 선장을 대신해 살인사건 발생을 부산에 있는 선사에 통보하고, 침착하게 광현호를 모항인 세이셸 군도 빅토리아항으로 몰았다.

이씨는 흉기에 다친 V씨의 손을 치료해주는 등 살인 피의자 2명을 다독이는 기지를 발휘했고, 이로 인해 특별한 동요 없이 광현호는 지난달 23일 밤 해경 수사팀이 급파된 빅토리아항에 무사히 입항했다.

부산해경은 "살인사건을 선사에 알린 것은 물론, 살인 피의자를 제압하고 다른 선원의 안전까지 책임진 이씨는 단순 신고자가 아닌 검거자이다"고 설명했다.

또 "나머지 선원들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를 통해 조업을 독려하면서 욕설은 있었지만 폭행 등은 없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한편 광현803호는 지난해 2월 부산 사하구 감천항을 출항했으며, 당시 선장 양씨와 기관장 강씨, 항해사 이씨 등 한국인 선원 3명을 비롯해 베트남 7명, 인도네시아 8명 등 총 18명이 승선했다. B씨와 V씨는 지난해 2월부터 광현호에서 선원 생활을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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