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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주요 사건마다 '전담팀' 봇물…일선 차출 '돌려막기' 지적도

입력 2016-07-0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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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직에 최근 '전담팀 신설'이 유행이다. 사회적으로 쟁점이 된 주요 사건들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조기에 성과를 내겠다는 취지다. '전담팀 전성시대'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그러나 실효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체계적인 계획 속에 치밀하게 구성된 조직이 아닌 임시방편의 형식적인 프로그램이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선 경찰서나 지구대 등에서 인력을 빼내 특정 수사의 전담 경찰관으로 충원하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이다 보니 일선 경찰관들 업무 부담만 늘고 있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실제로 경찰은 최근 몇년 새 발생했던 주요 사건과 관련해 '전담경찰관'과 '전담팀' 운영을 강화하고 있다.

3일 경찰에 따르면 2012년 학교폭력 해소와 예방을 위해 도입한 학교전담경찰관(SPO)과 올해 초 잇따라 발생한 아동학대 및 가정폭력 사건 등을 위해 출범한 학대전담경찰관(APO), 지난달 여성 관련 범죄를 사전 예방하고자 전국 단위로 확대한 범죄예방진단팀(CPO) 등이 활동하고 있다.

또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성폭행 사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및 메피아(메트로+마피아) 사건, 중국집 전화폭탄 사건, 데이트 폭력 사건, 5대 사이버범죄 특별단속 등 수십개의 전담조직이 운영되고 있다. 경찰이 공식 집계한 통계가 없어 정확한 수치는 파악할 수 없으나 근래 언론에 공개된 것만 해도 각종 전담팀이 20여개에 달한다.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는 음란사이트 전담팀이 거론 되기도 했다.

국회 안행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소라넷과 관련해 꾸려진 전담수사팀을 지속해 운영할 계획이 있냐고 묻자 강신명 경찰청장이 "(기존 소라넷 전담팀에 이어서) 앞으로 음란사이트 전담팀을 지속해서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사회적 이슈가 된 사안에 대해 전담팀을 구성해서 조기에 해결하겠다는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분야 전문 인력에 대한 충원은 없고 자기 분야 일상업무도 많은 일선 경찰관을 전담팀으로 배치하는 '돌려막기식 운영'은 문제점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주요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전담팀 구성이 추진되다보니 일선에서 인력난이 발생하고 업무 부담도 만만치 않게 가중된다는 게 현장 경찰관들의 고충이다.

SPO의 경우 2012년 출범 당시에는 193명 뿐이었다. 당시 전국에 있는 학교는 1만1380여 곳. 교내 폭력서클 등을 해산해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고 학교 폭력 등을 막는 임무를 펼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경찰은 1명당 학교 10곳을 담당하는 것을 기준으로 SPO 정원을 1138명으로 정하고 꾸준히 인력을 늘렸다. 이 결과 올해에는 1075명의 SPO가 활동 중이다.

전문성 확보 차원에서 지난해에는 아동·청소년·교육·상담·심리학과 전공을 가진 81명을 특별채용 했고 향후 전공자 비율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지난 4월 출범한 APO는 350명 규모로 전국 일선에 배치됐다. 노인과 장애인, 아동 등에 대한 학대 문제에 대한 예방 등 대처업무를 맡게 된다. 내년까지 1000여명으로 증원할 예정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기업에서 새로운 전자제품을 출시할 때에도 오류 여부 등을 철저히 확인한 뒤에 출시하는데 경찰 전담 조직의 경우 이렇다 할 검증 절차 없이 출범부터 하는 경우도 있다"며 "어떤 사건이 터지면 당장 시민들이 자기도 위험에 휘말릴 수 있다고 불안에 떨기 때문에 경찰은 우선 전담팀부터 출범시킨 뒤 나중에 부작용이나 폐해 등을 고쳐가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외국 경찰들도 큰 사건이 터졌을 때 전담경찰관 등을 운영하지만 시행 전 최소 1년 이상 실태를 파악하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대안을 내놓는다"며 "우리나라처럼 보여주기식으로 급조한 것보다 훨씬 효과성이 좋고 폐해도 줄일 수 있다"고 대조했다.

이 교수는 또 "효능성 검증이 없는 상태에서 도입되다보니 경찰관들은 발령난 뒤에 교육을 받게 된다"면서 "그렇다보니 경찰관 개인의 관심과 능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문제점도 따른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담경찰관 연구결과를 보면 운영에 따른 실효성은 확실히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면서도 "범죄대책, 안전대책, 치안대책을 너무 단발적으로 생각하는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범죄와 안전 문제는 여러 부처와 지자체 등에 복합적으로 걸쳐 있다. 경찰 단독으로 맡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놓고 함께 대응하는 '협치 치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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