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안전장비 챙길 여유도 없이…에어컨 수리기사 추락사

입력 2016-06-28 09:3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사고로 숨진 김 군의 사연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었죠. 하지만 바뀐건 없습니다. 에어컨 실외기를 고치다 추락해 숨진 40대 수리기사도 안전장비를 챙길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아직도 기업들은 고객 만족을 이유로 안전 대신 속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강버들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3일 오후 노원구의 한 빌라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고치던 삼성전자 수리기사 43살 진모 씨.

[목격자 : 일 안 해준다고 마구 전화가 오니까 '지금 나 작업 중이라 바쁘니까 끊으시라고, 가서 해주면 될 것 아니냐'고….]

다음 고객의 독촉을 받으며 일하던 진 씨는 실외기가 설치된 난간이 무너지며 8m 아래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당시 진 씨는 몸을 고정시키는 안전띠나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사고 소식을 접한 수리 기사들은 '안전장비를 챙길 여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수리 기사 : 한 시간에 한 집씩, 이동 시간 합쳐서 해야 하는데. 그런 거 저런 거 다 하면, 두 집밖에 못 하는 거예요.]

사다리차를 부르고 기다릴 시간이 없어 안전띠에 의지해 고층 난간에 매달리기도 합니다.

기사들은 실시간으로 수리 현황을 확인하는 회사 압박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실제 약속 방문시간에서 몇 분만 늦어도, 미처리 건수인 '미결률'이 높아도 빨리 처리하라는 연락이 옵니다.

[박영환/수리기사 : 늦거나 빨리 수리가 안 되거나 정확하게 안 되면 고객이 싫어하죠. 점수가 떨어지면 대책서를 쓴다든가 해서 압박이 상당하죠.]

또 수리 건수에 따라 돈을 받는 임금 구조도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수리기사 : 비수기 때는 일이 없어서 전부 다 120만 원 받고 대출받아 생활하고. 여름에 돈을 벌어야 수입을 맞출 수 있으니까.]

수리기사들은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가 직접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 회사 역시 실적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성과급이 주어지기 때문에 직원들을 압박한다….]

삼성 측은 센터의 기사 실적 관리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관련기사

목숨 건 하청업체 작업장…"빨리" 강요 속 과적·과속 하청업체와 계약한 일용직 더 암담…찬밥도 '선착순' 건설 일용직, 안전 사각지대…"산재 신청은 '그림의 떡'"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