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이른바 '김수민 의혹'에 대해 20일 재차 사과했다. 지난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 이후, 김수민 의원을 둘러싼 의혹이 쉴 새 없이 다방면으로 뻗어나가면서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은 물론, 정당에서 가장 예민한 문제 중 하나인 공천을 둘러싼 의혹과 김 의원의 '브랜드호텔' 특혜 의혹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들이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던 국민의당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의혹의 시작, '선관위 고발'…리베이트 있었나?
의혹은 중앙선관위 고발로부터 비롯됐다. 선관위는 지난 8일 김수민·박선숙 의원과 왕주현 사무부총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는 다음날인 9일 한 언론에 의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정치권 전체에 파장을 낳았다.
선관위 고발의 골자는 김 의원이 대표로 있던 브랜드호텔이 총선 과정에서 선거공보 인쇄 및 방송광고 대행업체인 B사, S사로부터 허위 계약서 작성 방식으로 각각 1억1,000만원과 6,82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또 국민의당 홍보 TF 팀원이 S사로부터 6,000만원 상당의 체크카드를 받아 사용하는 등 김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당이 총 2억3,82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고, 이 과정에 박 의원과 왕 부총장이 깊숙이 관여했다고 봤다.
국민의당→인쇄·광고대행업체→브랜드호텔로 이어지는 계약구조 역시 통상적인 업계 계약구조와는 다르다는 면에서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선관위 고발 내용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자연스레 브랜드호텔을 이끌었던 김 의원에게 이목이 쏠렸다. 초선 의원이었던 김 의원은 이번 의혹으로 인해 어떤 의미에선 정치권의 일약 스타가 됐다.
◇의혹 2라운드, '밀실 공천'…安은 '침묵'
브랜드호텔을 운영하던 김 의원은 지난 3월23일 국민의당이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발표하기 전까지 당내외에 알려지지 않은 인사였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이 갑작스레 당선가능권으로 분류되던 비례대표 7번에 배정되자 '깜짝 발탁'이라는 뒷말이 무성했다.
선관위 고발로 김 의원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의혹의 초점은 비례대표 공천 과정으로 옮겨갔다. 이후 김 의원은 지난 3월16일까지 진행됐던 당의 비례대표 공모에 응하지 않았으며, 비례대표후보추천위원회의 면접도 거치지 않은 채 공천됐음이 드러났다.
당시 비례대표 공천을 심사했던 천근아 비례대표후보추천위원장은 이같은 의혹이 불거지자 "비례대표 심사 과정에서 1, 2, 7번은 각각 과학혁명, 교육혁명, 청년 몫으로 남겨놨었다"며 "낮은 지지율 때문에 청년 몫 공천이 잘 성사되지 않아 공천 발표 전날 김 의원으로부터 어렵게 출마 승낙을 받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추천위원들이 김 의원 공천 과정에 '깜깜이'였다는 보도가 이어졌고, 추천위가 당 지도부에 김 의원 추천 절차를 위임했지만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공천의 최종 책임자인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그러나 '밀실 공천 의혹'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브랜드호텔 특혜 논란까지…김수민은 어떤 존재?
왕주현 사무부총장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검찰 수사도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김 의원과 박선숙 의원의 소환조사를 앞두고, 의혹은 새로운 국면으로 번지고 있다. 브랜드호텔이 당 광고제작 과정에서 수천만원대의 특혜를 입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이 대표로 있던 시절 브랜드호텔은 국민의당 총선 방송광고를 기획했지만, 해당 광고는 '애플' 광고를 표절했다는 지적을 받아 폐기됐다. 이때 브랜드호텔이 7,260만원 상당의 제작비 손실을 봤는데, 이를 S사와의 용역계약 대금 6,820만원으로 보전했다는 게 새로 제기된 의혹의 골자다.
의혹대로라면 김 의원은 '깜짝 발탁'을 통해 비례대표 공천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개인 운영 회사의 손실까지 보전 받는 특혜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의혹이 사실일 경우, 도대체 왜 김 의원이 국민의당으로부터 이같은 특혜를 받았는지가 오히려 거꾸로 의문이 되는 상황이다.
진상조사단장을 맡았던 이상돈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브랜드호텔이 처음에 (방송광고를) 작업한 내용을 버리고 다시 했다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S사와의 계약으로 손실을 보전했다는 의혹에는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수민, 브랜드호텔 물러난 뒤에도 업무 관여
이뿐만이 아니다. 김수민 의원은 자신이 대표로 있던 브랜드호텔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회사 홍보 업무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이 광고대행업체 S사와 주고받은 이메일 자료에 따르면 김 의원은 비례대표 선정(3월23일) 나흘 뒤인 지난 3월27일 브랜드호텔 대표 이메일 계정으로 S사 김모 대표에게 '브랜드호텔 김수민입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김 의원은 이메일에서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 광고할 온라인 배너수정안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또 28일에는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S사 대표에게 구체적으로 포털사이트를 적시하며 광고 게재 날짜를 요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김 의원이 물러난 뒤 브랜드호텔을 대표에 오른 A씨는 업체들과 이메일을 주고 받을 때마다 메일 사본을 보냈다. 사실상 김 의원이 브랜드호텔의 홍보업무에 대한 보고를 받고 총괄 지휘를 한 것이다.
김 의원은 오는 23일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의혹의 중심인 김 의원에게 지금껏 불거진 의혹 전반을 상세히 물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일단 당사자 소환조사가 끝날 때까진 당 자체조사도 중단하기로 한 상황이다. 김 의원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 결과가 이번 사태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