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첨단제조업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대만, 중국 등 주요 경쟁국들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일 '고부가 제조업의 추이와 수출 경쟁력 국제 비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첨단제조업 평균 무역수지는 지난 10년(2000~2009년)간 소폭 상승세를 보이다 최근(2010~2014년) 급격히 악화됐다.
평균 무역수지를 5년 단위 설정했을 때 2000~2004년 281억달러, 2005~2009년 509억 달러, 2010~2014년 559억달러를 기록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상승세가 이어졌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상황이 나빠졌다.
2010년 624억달러였던 무역수지는 2014년 534억달러로 15%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만과 중국의 무역수지는 크게 개선됐다.
2010년 1345억 달러였던 대만의 무역수지는 2014년 1700억달러로 무려 26%나 증가했고, 중국의 무역수지도 1218억달러에서 1293억달러로 6% 늘었다.
무역수지 실적만 놓고 보면 한국은 대만과 중국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고, 그 차이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밖에 독일, 영국, 미국 등 주요 경쟁국들의 무역수지도 모두 개선세를 나타냈다. 비교 대상국 중에서는 일본만이 2010년 349억달러에서 2014년 -85억달러로 적자전환했다.
한국의 첨단제조업 수출 경쟁력 전망도 암울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정 업종의 순수출액을 그 나라의 총교역액으로 나눠 산출한 무역특화지수(TSI)를 기준으로 보면 2005~2009년 한국의 평균 TSI는 0.075였다가 2010~2014년 0.054로 떨어졌다.
무역특화지수가 0보다 크면 경쟁국보다 비교 우위, 0보다 작으면 비교 열위로 해석한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의 경쟁력 수준은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정도는 약화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개별 업종별로는 통신기기, 컴퓨터, 반도체 등의 경쟁력은 약화됐고 과학측정기기, 제약, 항공 등의 경쟁력은 강화됐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첨단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은 대만-중국-한국-일본 순으로 나타난다"며 "이 중 최근 한국의 경쟁력이 가장 많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첨단제조업은 부가가치 창출력과 수출 경쟁력의 약세가 지속되고 있어 단기 그리고 장기 대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할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첨단제조업의 경쟁력을 조기에 재활성화하는 맞춤형의 차별적 지원책을 세워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미래 제4차 제조 혁명 시대의 산업구조로 재편하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수석연구위원은 "신사업 육성을 통한 고부가가치화 실현을 위해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서비스 부문에 대한 육성이 시급하다"며 "국가가 주도해 기초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촉진하는 '선단형 연구개발(R&D)'도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