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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 KF-16 성능개량 '오락가락'…1000억원 날려

입력 2016-06-16 17:43

감사원, KF-16 성능개량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

특정업체에 유리하게 평가기준도 변경

미국 정부와 사업비 합의한 것처럼 허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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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KF-16 성능개량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

특정업체에 유리하게 평가기준도 변경

미국 정부와 사업비 합의한 것처럼 허위 보고

방사청, KF-16 성능개량 '오락가락'…1000억원 날려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KF-16의 성능개량 사업과 관련해 방위사업청의 오락가락한 계약업체 선정으로 인해 사업 착수가 오랜 기간 지연되고 8,900만달러(1,040억원)의 손실이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국회의 감사요구에 따라 올해 1~3월 방사청과 공군본부 등을 대상으로 'KF-16 전투기 성능개량사업 추진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같은 내용을 비롯해 총 2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16일 밝혔다.

KF-16은 1988년부터 전력화를 시작한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다. 하지만 정밀무기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고 항전장비의 노후화로 유지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공군은 방사청을 통해 성능개량 작업에 나섰다.

방사청은 2013년 말 KF-16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미국 정부와 FMS(Foreign Military Sale·대외군사판매)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BAE시스템스를 체계종합업체로 선정해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정부가 우방국에 무기를 판매할 때 적용되는 정부간 계약인 FMS는 구매국 정부가 상대국 업체와 계약해 직접 돈을 지불하는 일반적인 상업구매와는 달리, 미 정부가 중간에 껴 있는 형태다. 방사청이 미 정부와 계약해 돈을 주면 미 정부는 사업을 수행할 업체를 선정해 대신 돈을 지급하고, 정부 차원에서 품질보증까지 책임지는 방식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방사청은 이 사업을 FMS 방식으로 추진하면서 미국 법령에 배치된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예산을 줄인다는 이유로 가격경쟁 입찰을 통해 BAE시스템스를 선정했다. FMS에서 계약 상대방인 미 정부를 거치지 않고 방사청이 직접 업체 선정에 나선 것이다. 이는 미 정부와의 FMS 계약에서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고 감사원은 전했다.

당연히 미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록히드마틴을 사업 수행 업체로 원했던 미 정부는 업체 변경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사업수행 능력을 담보하기 힘든 BAE시스템스와 계약할 경우 시험비용이 많이 들고, 미 정부의 품질보증 부담도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록히드마틴은 F-16의 원제작사여서 미국 외에도 여러 나라에서 F-16 기종의 성능개량 사업을 수행한 실적이 있었다. 반면 BAE시스템스는 F-16 성능개량 실적이 1회에 불과했다.

방사청이 BAE시스템스를 선정한 과정 자체도 특혜가 의심될 만큼 의문투성이였다. 당초 방사청은 이 사업의 가격경쟁 입찰에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F-16 계열 전투기의 성능개량 실적을 보유한 업체'만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BAE시스템스는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는 F-16 성능개량 실적이 전무했다. 그런데도 방사청은 BAE시스템스가 터키에서 단순히 화력통제컴퓨터 관련 부품을 납품한 것에 불과한 계약실적을 F-16 성능개량 실적으로 인정해 입찰참가 자격을 줬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또 방사청은 입찰 제안서 마감일 이후에 BAE시스템스가 이미 제출한 제안서의 수정을 요청하자 이를 수락했다. 또다른 입찰 참가업체인 록히드마틴이 제안서 제출기한을 30일 연장해달라고 하자 일언지하에 거절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행태였다.

나아가 방사청은 기종결정 직전에 평가기준도 임의로 변경했다. BAE시스템스가 록히드마틴보다 앞서는 항목은 점수 차이가 더 크게 나도록 조정하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는 동점처리를 해 BAE시스템스에 유리하게 변경했다.

그렇지만 미 정부는 BAE시스템스와 방사청이 협상한 가격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우리측에 통보했다. 총사업비가 적어도 20억달러(2조3,400억원) 이상은 돼야 한다는 요구도 밝혔다.

그런데도 방사청은 BAE시스템스와 협상한 가격을 근거로 사업을 밀어붙였다. BAE시스템스에 13억달러, 미 정부에 4억달러씩 총사업비를 17억달러(1조9,900억원)로 예측했다.

이 과정에서 방사청은 총사업비 협상이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2013년도에 남은 예산이 불용돼 없어지는 것이 아깝다면서 미 정부에 LOA(오파수락서)를 2단계로 나눠서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1단계 LOA 체결에 따라 계약금 1억8,400만달러를 미 정부에 송금했다.

특히 방사청은 2013년 11월 사업관리분과위원회와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는 미 정부와 총사업비를 17억달러에 합의한 것처럼 허위로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2차 LOA 체결을 위한 총사업비 협상에서 미 정부는 사업비 증액 요구를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미 정부는 BAE시스템스의 경험 미숙 등을 이유로 총사업비 24억달러(2조8,100억원)를 요구했다.

결국 방사청은 지난해 12월 한민구 국방부 장관 주재로 열린 방추위 의결을 통해 계약업체를 록히드마틴사로 변경했다. 체계종합업체가 변경됨에 따라 AESA(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 공급업체도 BAE시스템스의 협력업체인 미국 레이시온사에서 록히드마틴 협력사인 노스롭그루먼사로 교체됐다.

이로 인해 사업착수가 4년여 간 지연돼 KF-16 전력화 일정이 늦어지고, 전력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사업비는 록히드마틴 12억4,800만달러, 미국 정부 5억3,000만달러, BAE시스템스 정산분 1억4,800만달러 등 총 19억2,600만달러(2조2,500억원)로 늘어났다.

또 방사청이 미 정부에 1차 LOA에 따라 송금한 사업비 1억8,400만달러 중 최소 8,900만달러는 이미 사업비로 집행된 상태여서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방위사업청장에게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담당자 2명을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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