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로부터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최종 통보를 받은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박태환(27)이 결국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운명을 맡기게 됐다.
만일 CAS의 결정이 예상보다 미뤄질 경우 국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하는 방안까지 고려 중이다.
박태환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광장의 임성우 변호사는 16일 오후 1시30분 서울 중구 법무법인 광장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AS 중재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대한체육회는 이사회를 열고 금지약물 복용으로 징계를 받은 뒤 3년이 경과하지 않으면 대표 선수로 활동할 수 없다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개정하지 않기로 했다.
대한체육회의 이번 결정으로 박태환이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태극마크를 다는 것은 사실상 무산됐다.
임 변호사는 "문제를 원만하게 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아쉽게도 지연만 됐다. 이제 남은 것은 법률적인 판단뿐이라 우리가 관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박태환은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전인 2014년 7월 실시한 도핑 검사에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을 보여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간 선수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FINA의 징계는 지난 3월에 만료됐지만 박태환은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금지약물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묶여 여전히 태극마크를 못 달고 있다.
박태환측은 대한체육회가 선발 규정을 바꿀 의사를 보이지 않자 지난 4월26일 CAS에 중재를 신청했지만 이틀 뒤 중단을 요청했다.
임 변호사는 "절차를 중단한 것은 대한체육회에서 최종 결정이 안 났다고 해서 미뤘던 것"이라면서 "오늘 날짜로 (이사회의) 결정이 났으니 이제는 미룰 이유가 없다. 신속히 심리를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전례에 비춰볼 때 CAS는 박태환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CAS는 이미 5년 전인 2011년 미국과 영국올림픽위원회를 상대로 흡사한 판결을 내렸다.
임 변호사는 "도핑에 대해서는 처벌이 엄격하다. 박태환은 의도를 떠나 어쨌든 도핑에 적발됐고 이로 인해 1년6개월 자격정지라는 강력한 징계를 받았다"면서 "이미 각 나라에서 하는 독자적인 징계를 허용하느냐를 두고 두 차례에 걸쳐 안 된다는 판결이 있다"고 승소를 확신했다.
박태환측이 예상대로 승소 판결을 이끌어내더라도 변수는 존재한다.
대한체육회가 CAS의 결정을 반드시 따라야 하느냐는 대목은 박태환측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대한체육회는 CAS 결정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 사항이라는 입장을 유지 중이지만 이 대목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최종 엔트리 마감인 다음 달 18일까지 박태환측이 모든 절차를 마무리 할 수 있느냐도 걸림돌 중 하나다.
임 변호사는 "이 문제는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CAS가 신속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대한체육회의 지연 전략으로 늦어질 경우에 대비해 국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체육회측의 CAS 결정 이행 의무에 대해서는 "CAS 중재 판정은 다른 외국 중재 판정과 마찬가지로 승인 및 집행이 보장된다"면서 "CAS 판정이 구속력이 없다는 것은 대한체육회가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내 확정 판결과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임 변호사는 "만일 대한체육회가 상위 조직의 규범을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을 때 그 파급효과는 굉장히 클 것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물론 우리나라가 주최하는 모든 대회에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 영국올림픽위원회가 힘이 약해 CAS의 결정을 따른 것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대한체육회가 (가처분 신청을 통해 나온) 국내 법원의 결정마저 무시한다면 이는 사법 질서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다. 이 경우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는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들과 박태환의 부친인 박인호 팀GMP 대표, 누나 박인미 팀GMP 팀장도 참석했다. 호주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박태환은 자리에 나서지 못했다.
박인호씨는 "대한체육회 입장을 이해는 한다. 도핑의 중요성도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이미 선수는 국제 규정에 따른 징계를 받았다. 그렇다면 거기에 맞춰서 출전을 허락해줘야 하는데 한 선수를 희생양으로 삼아 도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도가 너무 지나친 것 같다"며 대한체육회의 결정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