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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군군신신부부자자…홍보고문이 된 사진사

입력 2016-06-15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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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5일)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배를 만들던 조선사의 하청 노동자들은 마늘밭으로 출근을 했다고 합니다. 베테랑 용접공은 건설현장으로 일당을 벌러 나섰습니다.

멈춰선 조선소. 그들은 있어야 할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회사는 가장 손쉬운 사람들의 자리부터 빼앗았고 노동자는 그렇게 제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한 겁니다.

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물었습니다. '정치란 무엇입니까?' 공자의 답변은 너무도 간단했지요. '君君臣臣父父子子'라…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모두가 제 자리, 제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라는 명쾌한 이치였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말하는 이들의 원래 자리는 어디였을까…

조선회사의 홍보 고문으로 이름을 올린 사진사. 전직 대통령들의 사진을 찍어왔던 그가 받은 급여는 2년간 9700만 원.

전직 방위사업청장도, 국정원 관계자도 이 조선사의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억대의 연봉과 자녀 학자금까지…

회사는 망하게 생겼는데…그래서 국민 세금 수조 원을 지원받게 됐는데…

퇴직 임원을 챙기고 정 재계의 관계자들을 챙기느라 조선소는 바닷가 제 자리에 있지 못하고 배는 산으로 올라가버렸습니다.

군의 전직 장성이 대통령의 사진을 찍던 사람이 사익을 챙겨갔던 그곳에서 제 자리를 지키며 일하던 사람들은 설 자리를 찾지 못하게 되었고 그들은 마늘밭으로, 공사장으로 일터에서 버려진 채 치열한 구직의 전쟁터로 옮겨갑니다.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

그럴듯한 구호로 손실의 책임을 아래로 지우기엔 너무나도 민망한 상황들.

얼마 전 울산의 한 부장판사는 노동 관련 선고를 내리면서 판결문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삶이 있는 저녁'을 걱정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있다는 현실은 서글프기 그지없습니다"

'君君臣臣父父子子' 라.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았던 사람들…혹은 있어선 안 될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땀 흘려 일터를 지켰던 이들이 그 자리에서 떠나야 한다면, 그가 있어야 할 그 자리를 빼앗은 사회는… 정치는… 정의로운 것인가….

우리는 다시 누구에게 정의를 부탁할 것인가….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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