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강요(53.6%)>춤 강요(40%)>언어 성희롱(34.2%)
성폭행(미수) 경험도 0.6%…관리자들의 방조 큰 문제
여교사 10명 중 7명은 교직 생활 동안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지난 10~12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여자 교사 175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전라남도의 섬마을에서 발생한 교사 성폭행 사건 관련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다.
16일 전교조에 따르면 교직 생활 중 성희롱, 성폭력 피해 경험을 묻는 질문(복수응답 가능)에서 피해 경험이 전혀 없다고 답한 여교사의 비율은 29.3%에 불과했다. 반면 응답자 70.7%는 여러 형태의 성희롱, 성폭력 피해 경험을 갖고 있었다.
가장 응답 비율이 높았던 피해 경험은 술 따르기, 마시기 강요(53.6%)였다. 이어 노래방 등 유흥업소에서 춤 강요(40.0%), 언어 성희롱(34.2%), 허벅지나 어깨에 손 올리기 등 신체 접촉(31.9%)의 순이었다. 상대적으로 교장·교감 등 관리자들이 많은 권한을 갖고 있는 초등학교에서 피해 경험이 많았다.
특히 2.1%의 교사들은 키스 등 심각한 성추행 피해를 경험했으며 강간과 강간 미수 등 성폭행 피해율도 0.6%로 나타났다.
가해자들은 대부분 주변 사람인 것으로 조사됐다. 교장, 교감 등 학교 관리자가 72.9%, 동료교사가 62.4%로 집계됐다. 학부모와 지역 주민의 가해 사례는 직책이 있는 경우(학부모 11.0%, 주민 4.0%)가 직책이 없는 경우(학부모 1.8%, 주민 1.1%)에 비해 많았다. 학교교육에 관여하는 학부모와 주민들은 교사들과 직접 접촉하거나 공적 활동의 연장으로서 회식을 함께 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성희롱, 성폭력 가해자들의 행동 이유에 대해 여교사의 36.9%는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35.1%는 우리 사회의 일상적인 유흥 문화를 들었다. 교장·교감 등 관리자들의 방조와 부추김을 가장 큰 이유로 보는 응답도 15.2%에 달했다.
교사들은 지난달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의 원인으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시선'(67.1%)과 '가해자들의 성범죄에 대한 인식 부족'(24.6%)을 꼽았다. 교육부와 언론이 사건 원인으로 많이 꼽은 '관사 CCTV 등 안전시설 미치 및 치안력 부족'(6.1%), '도서 벽지 지역에 신규 여교사 배치 증가'(1.7%), '여교사 비율 증가'(0.2%)에 대해선 대부분 응답자들이 동의하지 않았다.
전교조는 "여교사 보호를 내세운 미봉책을 넘어 사회 전체를 성평등하고 폭력 없는 사회로 만들기 위한 과제를 구상해야 한다"며 "교사들과 적극적인 소통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