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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성폭행' 당일 8시간 추적…안전장치는 없었다

입력 2016-06-1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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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 이제 검찰로 송치가 됐고요. 이번 사건을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있는 도서 지역 여교사들의 안전 문제가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사건 당일 피의자 3명의 동선을 다시 한번 짚어봤는데요, 이들을 막아낼 어떤 안전장치도 없었습니다.

먼저, 김태영 기자입니다.

[기자]

[OO도 주민/목격자 : 토요일날 들어오셨더라고. 뭔 일 때문인지. 혼자 계시더라고 다른 선생님들 안 계시고.]

전남 신안의 한 섬에서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달 21일.

취재진은 사건 당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추적해봤습니다.

- 5월 21일 오후 6시/여객선 터미널

전남 목포에서 마지막 배를 타고 섬으로 돌아온 초등학교 교사 A씨.

A씨는 2km쯤 떨어진 학교 관사로 가기 전 식사를 하기 위해 학부형 박모 씨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박 씨는 홀로 식사를 하던 A씨에게 직접 담근 술을 거듭 권했습니다.

[OO도 주민/목격자 : 술자리에 있는 걸 내가 봤거든요. (사장님도 같이?) 예예. 그 사람(박씨)은 영업 중이라 식당 안에서 왔다갔다 손님 보면서.]

뒤늦게 술자리에 합류한 또다른 피의자 이모 씨까지 가세해 A씨에게 술을 강권했고, A씨는 결국 정신을 잃었습니다.

- 5월 21일 밤 11시/OOO식당

박 씨는 A씨를 관사에 데려다 주겠다며 자신의 차에 태웠습니다.

1분 뒤 이 씨가 뒤따랐고, 20분 뒤 인근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마지막 피의자 김모 씨도 관사로 향했습니다.

모두 자신들의 차를 타고 음주운전을 했지만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습니다.

[OO파출소 관계자 : 거의 둘이 근무할 때가 태반이거든요. 야간엔 한 명씩 근무하고 쉬고.]

취재진은 피의자들이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동선을 따라가봤습니다.

마을을 벗어나자 가로등 불빛이 사라집니다.

CCTV는 총 3대. 군부대 경계용을 제외한 나머지 2개의 CCTV를 통해 경찰은 피의자들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 관계자 : 갈 때 시간대 보면 오는 시간대가 있을 거 아닙니까. 안 왔다면 거기 세 대가 다 있었던 장소, 시간대 아닙니까.]

하지만 서로 모여있는 현장이나, 일부 피의자들의 전체 동선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관사로 가는 더 빠른 해안도로가 있었지만 이곳에 설치된 CCTV들은 모두 무용지물이었습니다.

[해경 관계자 : 경찰서에서 사건 직후에 우리 거를 보려고 했는데 녹화가 안 됐어요. 그다음에 수리했어요.]

[소방 관계자 : 여기는 아마 이쪽하고 관계없이 바다만 찍을 거예요.]

피의자들이 서로 만나 범행을 모의하거나 식당과 관사를 더 오갔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 5월 22일 자정/OO초등학교 관사

피의자들은 A씨가 사는 관사 역시 아무런 제약없이 드나들었습니다.

관사 입구에는 대문이나 CCTV 등 기본적인 방범 시설조차 없었습니다.

문 하나만 열면 바로 방으로 이어지는 독채입니다.

[A씨 동료 교사 : 인적이 없기 때문에 무서운 게 있었습니다.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를 못한다는 게 컸던 거 같아요.]

- 5월 22일 새벽 2시/OO파출소

정신을 차린 A씨는 이상을 느끼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OO파출소 관계자 : 출동했죠, 당연히. 엄청나게 놀란 상황이잖아요. 말을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피의자들이 성실히 조사를 받는다는 이유로 체포영장이 한 차례 기각됐고, 사건 발생 2주가 지나서야 구속됐습니다.

경찰은 이들에게 사전에 범행을 공모한 정황이 뚜렷하다며 특례법상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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