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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국회 '압박'에서 '설득'모드로…달라진 화법

입력 2016-06-1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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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국회 '압박'에서 '설득'모드로…달라진 화법


박 대통령, 국회 '압박'에서 '설득'모드로…달라진 화법


박 대통령, 국회 '압박'에서 '설득'모드로…달라진 화법


박근혜 대통령의 13일 20대 국회 개원연설은 그동안 압박 일변도였던 대(對)국회 관계를 설득과 협력의 관계로 재설정한 것이란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연설은 대체적으로 박 대통령의 핵심 국정기조인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제대로 예우하지 않았던 과거 스타일에서 벗어나 국회 존중의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협치(協治)의 기대를 높였다는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 개원식에서 20대 국회 출발에 대한 축하와 국정 협력 의지로 27분 간의 개원연설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이번 20대 국회는 상생과 화합의 전당으로 오로지 국민의 입장에 서서, 나서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이 20대 국회에 바라는 것은 화합과 협치였다"고 운을 뗐다.

박 대통령은 이어 "정부도 국회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는 국정운영을 펼쳐나갈 것"이라면서 "앞으로 3당 대표와의 회담을 정례화하고,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국회를 존중하며 국민과 함께 선진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난달 13일 3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들과의 회동 당시 합의한 3당 대표 회동의 분기별 정례화 방침을 재확인하고, 야당도 국정운영의 파트너라는 점을 새삼 확인한 것이다. '국회와 적극 소통·협력하는 정부'도 약속함으로써 국정 현안에 있어 여야의 목소리를 모두 귀담아 듣고 정책에 반영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다만 박 대통령은 국정기조의 전환을 예고하는데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대내외적 위기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면서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라는 핵심 국정과제의 중단 없는 추진을 다짐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다면 강력한 압박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기본 입장을 유지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의 조선·해운 업종 구조조정 방침을 강조하면서 이에 따른 대량 실업의 해법으로 노동개혁의 조속한 마무리를 제시했다. 미래 신산업 육성과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의 선결조건으로 규제개혁을 내세우면서 규제개혁특별법 등의 관련법 처리도 국회에 요청했다.

북핵 문제를 언급한 대목에서는 비핵화 약속이 없는 북한의 최근 대화 제의를 "국면 전환을 위한 기만"으로 규정했다. 이어 "성급히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서 모처럼 형성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모멘텀을 놓친다면 북한 비핵화의 길은 더욱 멀어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선(先) 비핵화-후(後) 대화'라는 기존 대북기조를 재확인하며 북한의 대화 공세를 일축하는 동시에 고강도 대북제재와 별개로 남북 대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까지 물리친 것이다.

이를 두고 국회와의 협력 의지로 연설을 시작했지만 기존 국정과제들의 성공적인 완수만 다짐하고 민생·경제법안의 처리를 일방적으로 요청했을 뿐이란 일각의 비판도 나온다. 국회와의 소통·존중을 다짐하는 초반 대목에서조차 "20대 국회에서는 민생과 직결되는 법안들이 좀 더 일찍 통과돼 국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고 채근하기도 했다.

'화합(2회)', '상생(1회)', '협치(1회)', '소통(1회)' 등 국회와의 협력 의지를 상징할 단어들이 사용된 빈도도 적었다. '경제(29회)', '일자리(11회)', '규제(10회)', '개혁(8회)' 등 박 대통령의 국정기조와 부합하는 단어들이 자주 언급된 것과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과거 19대 국회를 '심판론'으로 몰아부치며 격정을 토로했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톤다운이 됐고 화법도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민생·경제의 기치 아래 추진해 온 주요 국정과제에 국회가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 하에 때로는 "도대체 어쩌자는 것이냐", "국회 마비는 직무유기" 등의 말로 노기(怒氣)를 드러내며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일례로 박 대통령은 올해 2월16일 '국정에 관한 국회연설'에서 국회의원의 직무수행 선서를 거론한 뒤 "서민의 아픔을 달래고, 경제 활력의 불쏘시개가 될 법안들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거두고 통과시켜달라"고 말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 4법을 반대하고 있는 야당은 국민 앞에 한 직무수행 선서를 져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란 의미였다.

지난해 10월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수년째 국회에 묶여 있는 상황을 언급하고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타들어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야당을 향해서는 "견제와 균형, 그리고 건강한 긴장관계가 필요하다고 해도 국가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는 일에는 하나가 돼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연설에서는 야당을 자극할 만한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다. 어법도 '~을 해야 한다' 보다 '~고 생각한다'거나 '국회의 도움이 절실하다' 등 한결 부드러웠다. 4·13 총선 참패 이후로는 첫 국회 연설인 이번 개원연설을 통해 압박에서 설득으로 국회를 대하는 박 대통령의 자세에 변화가 감지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으로 모든 국정과제에 있어 야당의 협조가 필수가 된 만큼 국회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국정운영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현실적 고민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야당도 이날 박 대통령의 개원연설을 혹평하면서도 국회와의 협치나 소통의 필요성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이같은 기조의 변화는 개원연설 뒤 이어진 국회의장단 및 5부요인, 여야 지도부 등과의 환담에서 훈훈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오직 국민을 위한다는 기준 앞에서는 국회나 정부가 가는 길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국회와 더욱 많이 대화하고 소통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20대 국회가 역대 최단기간 내 원 구성을 완료하고 출범한 데 대해서는 "의장단 선출이나 원 구성도 원만하게 마련이 된 것은 아마 헌정사에 좋은 선례로 앞으로도 남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높이 평가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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